노사모, 외부유출 책임론 내홍
한나라당은 19일 노무현 대통령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간의 회동에서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녹취돼 유출된 것과 관련,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사모가 노 대통령의 발언록을 유출, 공개한 것은 이심전심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한다"면서 "노 대통령 입장에선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감히 청하지 못하나 본래는 원함)이고 노사모는 그 의중을 정확하게 읽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기획조정하고 노사모가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리멤버 2002, 어게인 1219'란 메시지가 모든 노사모 회원에게 전파되길 기대했으며 노사모는 주저 없이 그 메시지를 전파했다"고 덧붙였다. 나 대변인은 이어 "시민사회의 안목에서 불법도청으로 문제 삼는 게 당연한 데 노사모와 청와대는 `작전성공'을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했을 것"이라며 "권력을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비열하고 부도덕적 행태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노사모'의 행태를 비난했다. 그는 "노사모 회원이 카메라, 핸드폰을 갖고 들어가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불법 녹취해 유포시킨 것은 비난받아야 한다"며 "노 정권 들어 노사모 회원이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특권을 누렸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에서 미련을 버리고 손을 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성환 부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의도한 바 없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 부대변인은 경호실이 녹취 가능 기기를 반입시킨 데 대해 "경호실법에 따라 대통령 참석 행사에 휴대폰 등 흉기로 판단되지 않은 물건은 특별히 행사장 반입을 금지하지 않는다"며 "경호상 문제가 없어 검색에서 통과시킨 뒤 협조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청와대는 당시 노사모측에 대통령 촬영이나 녹취를 하지 말라고 협조요청을 했으나 노 대통령 발언 도중 일부 회원이 촬영을 시도하다 제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또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녹취돼 유출됐다는 사실을 최근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통해 인지한 뒤 노사모 관계자들을 상대로 녹취 및 유출 경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조사에서 노사모는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역사에 남기고 그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CD에 담았는 데 내부 공유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유출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그러나 노사모 회원의 대통령 발언 녹취가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엄중 항의하는 선에서 내사를 종결했다. 김 부대변인은 "일부 회원이 청와대의 협조요청을 어기고 녹음한 것은 사실이나 악의적이거나 명예훼손의 의도가 없어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비공개 행사에 대한 보안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의견에 따라 대통령 행사 운용에 관한 내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사모는 노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노사모 대표일꾼인 김병천씨에 의해 녹취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내홍에 빠졌다.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김씨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과 두둔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회원은 "사무국 일부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각도로 대응하려 했지만 대표일꾼에 의해 묵살됐다"며 김씨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사무국장이던 아이디 `또디'는 녹취록 파문이 불거진 17일 자진사퇴했다. 반면 또 다른 회원은 "미우나 고우나 선거로 뽑은 우리의 대표"라며 지나친 공격을 자제하자고 주장했다. 일부 회원들은 "사건의 전말을 노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아이디 `톱니'가 "친노 성향이었다가 정동영 전 의장계로 돌아선 '국민참여1219' 소속"이라며 이번 사건을 `국참1219의 노사모 죽이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노사모는 이날 밤 온라인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열어 녹취록 파문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재현 이승우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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