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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6 17:35 수정 : 2006.11.26 18:17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국회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대해 정부와 여야 대표들이 참여하는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노 대통령 26일 ‘여·야·정 정치회의’제안…전례없어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제안한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과거 정치사에서 같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참석 멤버는 다르지만, 임기말 초당적 국정운영이라는 취지가 과거 '영수회담'이나 '거국중립내각'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여당 총재직을 내놓았고, 당ㆍ정 분리 원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영수' 또는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을 꺼려 한다.

청와대는 야당이 영수회담 개최를 제안할 때 마다 "대통령이 당총재가 아닌 만큼 형식이 적절치 않다"고 강조해왔지만 이번에 제안된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는 집권여당의 '최대주주'로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 대표와 현안의 일괄타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변형된 '영수회담'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영수회담은 과거 정부에서 여당 총재인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회동에서 막힌 정국현안을 일괄해서 처리하는 최고위급 회담으로 종종 열리곤 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영수회담을 갖고 장기파행 상태에 빠졌던 의약 분업문제 해결에 단초를 마련했고, 앞서 지난 1997년에는 여당의 노동법 날치기 처리 파동으로 정국이 일대 혼란에 휩싸이자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직접 만나 노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한 정치적 타결로 수습의 돌파구를 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수회담 형식을 통해 정치적 타결을 본 사례들이 종종 있었고, 비록 영수회담은 아니더라도 여야 당3역의 정치적 협상으로 현안에 대한 타결을 본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초당적 국정운영을 구조화시킨 중립내각구성은 지난 19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임기말 김영삼 민자당 대선후보와 갈등을 빚던 와중에 충남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로 그 해 9월 민자당을 탈당한 뒤 현승종 총리 내각을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직면한 김영삼 대통령은 신한국당 총재직을 내던진 뒤 탈당을 했지만, 고 건 당시 총리를 유임시키고 일부 각료의 당적을 정리하는 선에서 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대처했다.


지난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대선을 불과 몇 달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세 아들의 비리의혹이 연거푸 터지자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일부 각료의 당적을 정리하는 선에서 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맞선바 있다.

이상헌 기자 (서울=연합뉴스)

한나라, 받아들이지 않을듯

한나라당은 26일 국회 교착상태 해소 등을 위해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재섭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들과 긴급 전화협의를 갖고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내부 기류는 이미 `거부' 쪽으로 상당히 기운 듯한 분위기다.

이는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및 정연주 KBS 사장 임명 백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치협상회의에 응했다가 자칫 노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경계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이날 정치협상회의 제안에 대해 한결같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최종 결론이 `거부'로 나타날 것임을 예고했다. 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별로 환영할 입장도 아니며, 내 생각은 부정적"이라며 "우리가 제안을 받아봤자 풀릴 게 없다. 청와대가 전효숙 후보자를 사퇴시키고 정연주 사장 임명을 무효화하면 (꼬인 정국은) 저절로 다 풀린다"고 말했다.

광주를 방문중인 김형오 원내대표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협상회의를 하려면 먼저 실무선에서 안건을 논의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조차 하지 않았다"며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이재오 최고위원과 전여옥 최고위원은 `(선) 전효숙.정연주 자진사퇴'를 전제로 한 `조건부 참여'를 내걸었다. 사실상 지도부 모두 청와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역제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당내 대선후보 `빅3'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부정적 기류에도 지도부가 일언지하에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다분히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고민’끝에 나온 청와대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지도 않고 즉석에서 거부하면 한나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통해 집값 폭등 등 민생현안까지 외면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단 청와대 제안의 진의도 파악해보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

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형식상 조건부 참여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핵심 당직자는 "지도부가 정치협상회의 수용시의 이익과 거부시의 국민적 비판여론 등 불이익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버리는 돌을 활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청와대의 `사석 작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과 함께 청와대의 `꼼수정치'를 국민도 충분히 알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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