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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7 16:24 수정 : 2006.11.27 16:24

한나라당 거부 방침 불구, 태도 변화 거듭 촉구

청와대는 27일 여ㆍ야ㆍ정 정치협상 제안의 수용을 한나라당에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치협상 제안 거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됐다'고 단정짓지 않겠다"(윤태영 대변인)며 '삼고초려'의 자세로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도 한나라당의 거부방침 발표 후인 이날 오전 11시께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당론 재고를 촉구하며, 정치협상 수용을 재차 당부했다. 이 실장이 정치협상 제안 건으로 강재섭 대표에게 전화를 건 것은 전날 오후에 이어 두번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실장이 협상 제안의 취지를 전화를 통해 다시 한번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청와대의 재고 요청으로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 정치'의 절박함을 강조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우린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들어와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의 전향적 입장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치협상이 안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정치협상 무산 이후 조치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효숙, 외교.안보장관, KBS 등 청와대가 만들어 놓은 것을 당장 풀면 쟁점법안은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단숨에 협상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선(先) 청와대 조치 주장에 대해서 "협상에서 그런 문제까지 논의하겠다는 것이고, 국민은 정치권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인사권만 남아 있는데, 사람(전효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회 표결을 통해 결정해달라고 얘기했었고, 이젠 그것마저도 대화의 테이블에서 얘기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협상을 하지 않겠다면 대안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정치협상 제안을 사학법이나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처리 등 개별 사안 처리에 국한되는 제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치협상에서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까지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보다 큰 틀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겠다는 취지"라며 "정치협상을 협소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나라당도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거듭 정치협상 수용을 촉구하는 것은 일말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도 결국 이 제안이 좌절될 경우 '대화와 타협 정치' 무산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떠넘기며 정치적 명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향후 교착된 국회 상황을 풀기 위한 출구는 더 막힐 수 있다는 점이 고심스러운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대화.타협을 통해 푸는 것 말고 무슨 대안이 있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치권과 충분한 사전조율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협상을 일방적으로 제안해 협상 카드만을 노출하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회 대치의 최대 쟁점이었던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처리 문제도 "정치협상 의제로 논의하고 협상으로 풀 수 있다"며 유연한 입장으로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그것도 정치협상이 열려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사안인데다, 그마저도 한나라당은 '사석'(死石)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전효숙 후보자를 청와대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백기투항'과 다름 없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효숙 후보 자진철회 해법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청와대는 여당 내부에서 정치협상 제안이 "여당과 사전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대해 "국회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여당 지도부와 충분히 교감을 이뤄오고 있었고, 사전 설명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근태(金槿泰)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날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직접 대화가 중요하다",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여ㆍ야ㆍ정 정치협상 제안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무슨 뜻인지 확인해 봐야겠다"며 진의 파악에 나서는 분위기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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