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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7일 호주 시드니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호주측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06.12.7 (시드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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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시절 기억으로 상대 인정않는 선입견있어”
노무현 대통령은 7일 대화와 타협의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자신도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편가르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오'의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하며 "제 정치적 역량의 부족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지 못한데 대해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호주를 국빈방문한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시드니 시내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앞으로 정치의 영역에서 더 가야 할 부분이 있고, 그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며 한국정치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 같은 언급을 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아직도 싸움을 너무 많이 한다"고 지적한 뒤 "저부터...아 옛날...저도 이런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운을 떼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히 고백했다. 노 대통령은 "저부터 옛날 군사독재하고 싸우던 때의 기억이 남아서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을 갈라 놓기도 하도, 나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이 옳을 수도 있고 내 생각이 옳을 수도 있고, 토론을 하다 보면 더 좋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저 사람들 '옛날에 많이 해먹던 사람' '많이 꿍쳐 놓은 사람' 이런 선입견들이 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그 쪽에서 보면 매일 길거리에서 데모하던 사람, 쟤들 사고 뭉치들, 이렇게 서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반대측' 사람들도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또 사상 투쟁을 오래했기 때문에 서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의 부재를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것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관해 고심을 많이 하고 있으나 저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이 점 국민들한테 대단히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제 정치적 역량의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또 거기에 대한 대가를, 역량이 부족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지 못한데 대해 저도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하여튼 이 문제는 앞으로 숙제로 간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참여정부가 설정한 6가지 국가발전전략 과제 중 첫번째인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정치가 제일 먼저 그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가운데 나왔다.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기도 하고,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을 때 오랫동안 축적된 민주주의의 경쟁의 룰에 따라 결론을 내고 승복하는" 수준으로 가야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가질 못했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진단이다. 노 대통령은 "군사독재가 무너지고 난 다음에는 부정부패의 구조, 부당한 기득권의 구조, 그리고 정경유착, 뒷거래, 반칙, 특권을 청산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며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고 방식속에는 그런 반칙의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언급은 자신부터 '편가르기' 사고에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이런 태도가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수준 높은 정치발전을 저해한 한 요인이 됐다는 점을 자책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대연정에 이어 지난달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거부한 데 대한 답답함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으며, 또 한편으로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왔지만, 본인도 과거의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와 연결될 지 주목된다. 성기홍 김재현 기자 sgh@yna.co.kr (시드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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