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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2 18:19 수정 : 2007.01.02 20:18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노대통령 ‘말 줄일 수 없는 이유’ 밝혀

거침없고 격정적인 표현으로 수많은 정치적 논쟁을 불러온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통령이 가진 (통치)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은 인사권과 말이다. 날더러 말을 줄이라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이 2일 공개됐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소비자 주권시대를 위하여’라는 글에서, 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정책기획위원들과 오찬에서 “소통은 대화 이전의 문제다. 대화가 안되더라도 타협이 안되더라도 말귀는 서로 통해야 되지 않겠냐? (그런데) 말귀가 서로 안통하는 것이 요즘 너무 많다. 대통령으로 참 어려웠던 게 소통의 문제”라며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방송뉴스를 봤더니 대통령이 말이 많다고 한다. 저더러 말을 줄이라고 한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 제왕은 말이 필요 없고, 권력과 위엄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말 못하는 지도자는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계 민주국가의 지도자 가운데 말하지 않는 지도자가 어디 있냐.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엄청나게 말을 많이 했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국회의사당에 나와 야당 지도자와 토론하고 치고 받고 반박하고 비꼬는 말을 했다”며 “내가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말 못하게 했으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겠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날 입을 딱 다물어 버리라는 것이냐. 말이 안되는 얘기다. 대통령이 가진 (통치)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은 인사권과 말”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직면한 소통의 단절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그는 먼저 “반북·반미 시비가 소통의 발전을 가로막는 편가르기다. (나에게) ‘너 왜 반미 안하냐’고 노골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심정적으로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 ‘너 왜 반북 안하냐’고 질문하는 사람 있다. (하지만) 지금 반북해서 미래가 열리겠냐? 반미해서 감당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너 어느 편이냐’하는 식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좀 어렵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가끔 제왕론에 근거한 조언들이 많아서 참 괴로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아래는 2일자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노무현 대통령의 관련 발언 내용이다.


[소비자주권의 시대를 위하여] 대통령의 민주주의론(2006년 12월28일 정책기획위 오찬 연설 중)

- 가장 어려웠던 것이 소통 문제…말이 안 통해서야

이끌어오면서, 참 어려웠던 것이 소통의 문제입니다. 소통은 대화 이전의 문제입니다. 대화가 안 되더라도, 타협이 안 되더라도 말귀는 서로 통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말귀가 서로 안 통하는 것이 요즘 너무 많습니다.

- 반북·반미 시비, 소통과 발전 가로막는 편 가르기

이 문제와 관련해서 ‘너 왜 반미(反美) 안 하냐?’고 노골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심정적으로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너 왜 반북(反北) 안 하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반북해서 미래가 열리겠습니까? 반미해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미국이 전 세계 20%의 경제력을 생산하고 있는데, 2050년이면 그 비중이 10%로 줄어든답니다. 한국은 2050년이 되면 약 6만 불 이상의 소득 국가가 되고, 세계에서 몇 위 가는 강국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반미 하고 안 하고 할 것 없이 지금 당장, 적어도 자주 독립 국가로서 낯 뜨겁지 않을 수준의 자주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위해 자주·균형 외교와 점진적인 변화를 이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너 어느 편이냐?’ 하는 식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습니다. 가끔 제왕론에 근거한 조언들이 많아서 참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 균형, 실용, 점진의 가치 존중하며 빠른 변화 대응해야

균형, 실용, 점진과 같은 가치를 대통령인 이상 존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 변화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주 빠른 변화의 속도를 스스로 추동해 나가야 하고, 또 감당해 나가야 하는 그런 사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 정치

소통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저더러 말을 줄이라고 합니다. 방송뉴스를 봤더니 대통령이 말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합니다. 제왕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권력과 위엄이 필요하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왜 성공했느냐, 그 사람의 책을 보면 말을 잘해서 성공한 겁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 못하는 지도자는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말의 달인, 말의 천재 아닙니까? 물론 말만 잘한 건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할 만한 사고력을 가지고 말을 한 것이죠. 그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사고력과 철학의 세계가 있으니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 대통령이 가진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

말로써 토론하고 그렇게 해서 성장하고, 말로써 선거하는 것입니다. 내가 선거할 때 말 못하게 했으면 대통령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통령에 당선된 그날 입을 딱 다물어버립니까? 말이 안 되는 얘기죠.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 아니겠습니까?

- 말하지 않는 지도자는 없어…대통령은 온 몸으로 소통 노력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 가운데 말하지 않는 지도자가 어디 있습니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고, 토니 블레어 총리도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국회의사당에 나와서 야당 지도자와 토론하지 않습니까? 치고받고, 반박하고 비꼬는 말도 하지 않습니까?

그 속에서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인데, 날더러 말을 줄이라고 합니다. 합당한 요구가 아닙니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부득이 저도 온몸으로 소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온몸으로 소통을 합니다.

- 소비자주권 실현됐을 때 최고의 복지도 구현

김현희 교수님께서 민주주의·복지·통일을 말씀하셨기 때문에, 제가 그중에서 핵심 전략은 민주주의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복지라는 것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주권자가 된 민주주의 상태가 최고의 복지를 가질 수 있는 국가입니다. 아직도 권력은 돈과 정보를 가진 사람, 지식인들과 경제계, 특히 제도적으로 언론, 그 다음에 정부 권력, 여기 다 있지 않습니까?

소비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소비자가 정치를 지배하게 됐을 때 그때 복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최고도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 상호작용 통해 시민역량 성숙해야 소비자 주권 가능

절대로 그냥 되지 않습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사회적 자본은 어느 정치인이 그것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줄 수도 없고, 어느 언론이 그냥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줄 수도 없습니다. 상호작용을 통해 시민들의 역량이 그만큼 성숙했을 때 가능합니다.

시민들이 정치를 정치인 수준으로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 미래를 역사가들의 철학적 통찰력 수준으로 통찰할 수 있을 때, 정치인 수준의 전략을 가지고, 정책하는 사람만큼의 전략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소비자 권력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 상향식 민주주의 소화할 수 있는 시민역량 갖춰야

열린우리당이 가장 고통스러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공직에 출마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모여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간당원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원협의회라는 협의회 자체가 그 권한을 갖는 순간 경우에 따라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본 인자들이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정치는 많은 견제와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더 급한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시민의 역량이 우리가 말하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해낼 수 있을 만큼 단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 가면 복지 정책은 그냥 나오게 돼 있습니다.

- 시민역량 쌓이면 복지도, 윤리도, 통일도 따라오는 것

그때 되면 윤리경영 하지 말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장 윤리적인 기업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새로운 기업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투자하는 사람도 증권시장에서 아무 주식이나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봉사하는 윤리적 기업에 한해서 투자하는 펀드가 지배적인 경향이 되지 않겠습니까?

소비자도 소비 행위의 가치, 제품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소비 활동을 하는 사회로 가게 됐을 때 복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통일도 따라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 미래사회 낙관하는 자만이 책임 맡을 수 있어

저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 사회에 대한 낙관 없이 국가 사회의 책임 있는 일을 맡는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낙관하는 사람만이 책임을 맡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낙관하고 있습니다.

- 가치가 최고의 상품인 시대 올 수도

지금 우리의 소비 생활이 더 소비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수준까지 가고 있습니다. 홈네트워크 같은 걸 보면, 저게 필요한지 안 한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소비거든요? 지금 거기까지 가 있습니다.

소비가 그 수준까지 가게 됐을 때 더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기발한 소비, 차별화된 소비의 시대로 가지 않겠습니까? 끊임없이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새로운 것보다는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치를 사모하는 그런 시대로 가지 않겠는가, 가치가 최고의 상품인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완전한 자유 위해서는 지배메커니즘 직시해야

사람이 완전히 자유롭기 위해서는 지배의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전 국민이 정치를 통해, 사회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지배의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개인 인자들이 사회적으로 통제하려는 노력들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넷도 그 중에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할 것입니다.

- 지금은 사회적 자본 축적에 역량을 집중할 단계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축적해 갈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지금이 우리가 여기에 큰 역량을 집중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량을 총집중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면, 마지막으로 2050년쯤이면 소비자가 주권자가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제가 이 세상을 보는 눈이고, 저의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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