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1 18:48
수정 : 2007.01.11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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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개헌 제안과 임기 문제를 연계시켜 임기를 단축하거나 조기 하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공개적으로 일축하고,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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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생중계중 제1야당을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독재정당’으로 비판
반한나라 전선 형성...지지층 결집 노린듯
노무현 대통령의 11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가 한나라당을 드세게 비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제1 야당을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독재정당’이란 식으로까지 표현했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비난한 표면적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청와대 오찬 모임 거부 등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정국이 흔들릴까봐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는 것이니, 오히려 한나라당이 더 ‘정략적’이라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당이 대화도, 토론도 않겠다는 건 민주주의를 않겠다는 것”, “토론 거부 결의안까지 하고, 함구령까지 내려 버리는 건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 “어떤 정당이 이런 정당이 있나, 이거 민주정당 맞나” 등 발언 강도를 점점 높였다. 노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모임에선 “한나라당이 ‘독재’ 시절 발상을 갖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정략적’이라는 표현을 거꾸로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여론 지지가 좀 높으니깐, 마치 받은 밥상으로 생각하고, 혹시 김샐까봐 몸조심하는 모양인데, 그건 대단히 오만한 자세”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한나라당을 맹비난한 데엔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개인적 평가가 반영된 탓도 하지만, 노 대통령 특유의 ‘상대방을 강하게 때림으로써 자기 편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목적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격한 발언으로 한나라당을 자극해 논쟁을 유발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개헌론의 불씨를 지피려 했을 수 있다.
야당 중에서 유독 한나라당의 정치문화만 집중 공격한 것은 개헌 전선을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로 가져가면서 한나라당 반대세력의 마음을 흔들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정계개편 회오리에 휘말린 여당은 개헌 정국 이후 ‘반한나라’ 공감대를 기반 삼아 노 대통령 중심으로 다시 결집하는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공세에 나름의 논리로 대응하면 국민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노 대통령은 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개헌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도움받아야 할 제1 야당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태호 신승근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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