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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1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88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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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강조’-‘선거구도 흔들기’ 논란
‘경부운하·경제대통령 맞냐’ 잇따른 문제제기청와대 “이 전 시장 겨냥 아니다” 해명 불구
한나라쪽 ‘저의’ 의심…열린우리쪽도 못마땅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듯한 의견을 계속 밝히고 있다. 청와대 인사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말하지만, 한나라당은 대선 구도를 흔들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의 말로는, 노 대통령은 지난 22일 신임 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경부운하가 과연 우리 현실에 맞느냐”고 말했다. 경부운하 건설은 이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노 대통령은 26일 인터넷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선 “‘경제하는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경제는 어느 때나 항상 나오는 단골 메뉴이며, 진정한 의미의 다른 시대정신이 있다”며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언론과 정치권에선 이를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했다. 청와대 쪽의 설명은 다르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대통령 발언에서 이 전 시장을 연상할 필요가 없다. 이 전 시장도 정치권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토목이 경제의 견인차 역할 하던 시대는 지났다. (경부운하는) 국민을 얕잡아 보는 것이다”라고 이 전 시장 비판을 계속했다. 이런 면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진보진영 비판 글에서 언급한 ‘유연한 진보론’과 맥이 닿아 있다. 또다른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4년 국정운영을 해보니, 시대정신이 ‘비전 2030’에 담긴 것과 같은 사회적 투자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이 전 시장을 비롯한 차기 지도자들이 그런 어젠다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개혁,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회적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비전을 내놓으라고 주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정치개입’ 논란으로 이어지기 쉽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야당의 특정 주자를 비방·음해하는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한 팀장급 인사는 “대통령의 발언은 꼭 이 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기보다는 지금의 선거 판도를 흔들어 진보세력에 유리한 새로운 선거 구도를 짜려는 시도 같다”고 말했다. 범여권 역시 노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재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자신의 후계자가 가져야 할 시대정신까지 제시해 다음 정권의 방향을 정하려고 한다. 그런 시도는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를 만들게 된다. 이런 구도가 만들어지면 유권자들은 결국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는 책임문책형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신승근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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