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3 03:03
수정 : 2007.04.03 03:03
노대통령 “줏대없는 정부 아니다” 반박
노무현 대통령은 2일 밤 전국에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반대론자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협정 체결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압력’이라는 얘기가 난무했고, 심지어 ‘매국’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가 무엇이 이익인지 손해인지조차 따질 역량도 없고, 줏대도 없고 애국심도 없는 그런 정부는 아니다”라고 비판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협정 반대론자들을) 만날 때마다 ‘농업과 제약업 말고 어느 분야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막연하게 (협정이 체결되면)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말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 피해 대책과 관련해 “수입물량이 늘어 소득이 줄면 국가가 소득을 보전해 주고, 폐업해야 할 경우는 폐업 보상을 할 것이다. 국가가 지원해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전업농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제약업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우리 제약업도 언제까지 복제약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새로운 환경을 기회로 삼아 연구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교육·의료 시장은 전혀 개방하지 않았고 방송 등 문화산업도 크게 열리지 않았다”며 “협상팀이 방어를 잘 했다는 점에서는 칭찬받아야 하지만, (더 개방했어야 하는데) 저로서는 불만이고 아쉽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협상 타결은)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갖고 내린 결단”이라며 “앞으로 반대할 분들은 객관적 근거와 합리적 논거를 갖고 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미국과의 막판 협상을 총괄 지휘해온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40분 권오규 경제부총리에게서 협상 타결 보고를 받고 즉각 “환영한다”며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협상 타결을 보고받고도 ‘협상단의 공식 발표 이전에는 내놓을 메시지가 없다’고 말하다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환영성명을 내자 서둘러 노 대통령의 환영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여론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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