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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원이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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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 확인한 ‘4·27 회동’ 이후 열린우리당 분열 가속화 ‘결정적 계기’
이후 친노계의 정동영 · 김근태 비판 줄이어
뒤늦게 밝혀진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지난달 27일 회동은 사실상 두 사람이 정치적 결별을 하는 자리였다.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 속에 대화가 진행됐다고 한다. 대화의 개략적인 내용에 대해선 양쪽 주장이 대체로 일치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선 양쪽의 얘기가 어긋난다.
정 전 의장 쪽 인사들 말로는, 정 전 의장이 노 대통령에게 먼저 남북관계 얘기를 하면서 세가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첫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지원하고, 둘째 정상회담은 개성에서 하는 게 좋으며, 셋째 6자회담과 남북관계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은 이어 통합 문제를 꺼냈다. 그는 “지난 2월14일 전당대회의 정신은 대통합신당을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며 자신의 당적 정리 문제를 거론했다고 정 전 의장 쪽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자 노 대통령은 당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당이 껍데기만 남게 되면 복당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 쪽 설명은 약간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 인사는 “정동영 전 의장을 만난 건 사실이고, 노 대통령이 ‘내가 복당해서라도 당을 지키겠다’고 말한 것도 맞다. 그러나 구체적인 복당 프로그램이 있는 게 아니라, 명분 없는 탈당이나 당 해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복당은 하책 중 하책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에게 ‘당원들의 의사를 묻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하는 통합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의 통합 주장은 대상도, 방법도, 시기도 없다. 그렇게 해서 통합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임을 상기시키며 “당신들은 2003년에 내가 반대했는데도 열린우리당을 하겠다고 뛰쳐나가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 당을 깬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청와대의 또다른 핵심 인사는, 정 전 의장이 노 대통령의 당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정 전 의장은 노 대통령에게 “내부적으로 특정 주자를 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나타냈고, 노 대통령은 “나를 믿으라. 난 특정인을 밀거나 하지 않는다. (경선 구도가) 불리하다고 나가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이 인사는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과의 회동이 끝난 뒤 참모들에게도 “나를 그렇게도 못 믿나”라고 섭섭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되짚어 보면, 노무현-정동영 회동은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듯하다. 친노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게 두 사람의 4·27 회동 직후다. 사흘 뒤인 30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을 찾아가 “당은 우리(친노 직계)가 지킬 테니 떠날 분들은 떠나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지난 2일 노 대통령은 탈당과 당 해체론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내 정파, 정확히 정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을 대놓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도 뒤를 이어 김 전 의장을 비판하는 긴급 기고문을 냈다.강희철 신승근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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