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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겨레와 단독 회견을 갖고 최근의 정국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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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발언 포기하고는 대통령직 수행 못해”
“개방반대 대안 아니다…진보세력 비타협노선 버려야”
노무현 대통령과의 6월항쟁 2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는 13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여 동안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정식 인터뷰에 앞서, 김종구 편집국장을 비롯한 <한겨레> 편집국 간부들과 10여분간 티타임을 가졌다. 김 국장이 2002년 대선 승리 뒤 노 대통령의 한겨레신문사 방문 얘기를 꺼내자, 노 대통령은 “(지금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부자연스럽지요. <한겨레>가 자꾸 비판해서…”라고 말해 웃음이 일었다.
인터뷰는 김종구 편집국장이 진행했고, 오태규 수석부국장과 박찬수 정치편집장, 안재승 경제편집장이 약간의 보충 질문을 했다. 청와대 비서실에선 문재인 비서실장을 비롯해 변양균 정책실장, 백종천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 윤승용 홍보수석 등 20여명의 비서진이 배석했다.
■ ‘민주세력 무능론’에 대해
“‘잃어버린 10년’ 있다면 한나라당이 만든 재앙”
-우리 사회 한쪽에서 1987년 이후 20년, 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는데, 민주세력이 그 공헌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치 공세이고 중상모략이다. 이게 확대된 것은 민주세력 안에서 상대의 공격에 동조하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정권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누구와 비교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한나라당, 문민정부와 비교하자면, (그들은) 군사독재 잔재 세력, 변절한 기회주의, 그리고 민주세력이 뭉친 지역주의 정당 아닌가? 97년에 국가 경제를 부도낸 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이 ‘집권세력 무능론’을 얘기한다면, ‘당신들 한 일이 뭐요?’ 대안도 없고, 정책의 실용성과 책임성도 없고, 반대만 하는 근본주의 아닌가?
87년 이전 군사 독재와 비교해봐도 그때보다 국민총생산과 국민소득이 6배 성장했고, 올해 2만불 들어간다. 성장률 이외의 경제 지표는 다 건강하고 성적이 좋다. 민주주의 발전을 누가 했나? 인권, 원칙과 법치주의의 발전,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등 사회 발전, 과거사 정리, 이거 누가 했나? 한나라당이 했나, 민주노동당이 했나? 남북간 평화와 관계 발전도 포괄적으로 민주세력이 다 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UN사무총장, 이거 다 민주정부가 한 것이다. 사회·문화적 영역에서도 창작의 자유, 문화적 다양성이 꽃폈다. 한류가 생기지 않았나? 군사독재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문민정부는 경제를 완전히 부도내 가지고 국민의 정부에 넘겼다. 한나라당은 경제를 부도낸 정당이다. ‘잃어버린 10년’이 있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이 만든 재앙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이걸 다 되살리고 되찾고 있는 정부다.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 것은 회사 부도내 놓고 회사 살린 사장한테 와 가지고 ‘너 왜 회사 망하게 했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민주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적대적 언론과 야당의 악의적인 중상모략이 가장 결정적이다. 이제 진보언론도 슬슬 따라가고, 나중에 열린우리당도 슬슬 따라가고 있다. 좋은 평가가 나올 리가 없다. 소위 민주 진영이 취약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능하다고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자기의 정체성을 방어하는데 너무나 무기력하다.
-민주세력 무능론에 대한 항변은 정당한 대목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방금 대통령께서 말씀하신대로 전지전능한 정권은 없는데, 최근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경제지표나 수치 등을 가지고 너무 자화자찬한다는 게 상당수 국민들의 생각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이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경제지표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지표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공격을 받으면 사실을 말하고 방어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그걸 자화자찬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보기에 따라서는 감정적 공세다. 사실이 맞느냐 안 맞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자화자찬이다 아니다라는 것은 언론이 평가할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보고 자화자찬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느끼면 되는 것이지, 언론이 왜 자화자찬이라고 이름 붙이느냐, 이거다. 그게 우리 언론의 병폐 아닌가?
분명한 것은요, 증거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니까 왜 그걸 가지고 자화자찬이라고 얘기하냐 이거지요. 우리가 경제연구소들 여러 개 두고 각 연구소에서 지표 계속 발표하고 언론도 통계자료만 나오면 받아쓰지 않습니까? 왜 그럽니까? 지표가 정확하니까 받아쓰는 것 아닙니까? 그게 왜 자화자찬이에요?
■ ‘범여권’ 통합과 참평포럼
“상대 정해지기 전 당해체 … 전혀 전략 아니다”
-대통령께서 ‘대세론의 측면에서 질서 있는 통합이라면 어떠한 통합도 수용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해석이 서로 다른 것 같다. 대의와 대세에 대한 견해를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열린우리당이 2월 전당대회에서 결의한 것이 평화개혁세력 대통합과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국민통합 두 가지다. 내가 지역주의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 결의와 똑같다.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상한 해석을 하는 것이다.
통합 협상도 하기 전에, 상대가 정해지기도 전에 당을 먼저 해체하자고 하는 것은 전혀 전략이 아니다. 전략을 모르는 정치인이 열린우리당이 오판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나간 사람들이 그렇다.
통합, 뭐 좋다. 찬성한다. 그러나 통합 이외의 다른 길 다 막아 버리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외통수 아닌가? 외통수 전략은 실패했을 때 다른 대안이 없다. 대선 치르지도 못하는 결과가 온다. 그래서 대통합 전략과 동시에 항상 후보단일화 전략을 병행해서 준비해 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전략적 안목이 없이 당하면 정말 큰일 난다. 지금 그런 사람들 많다. 그래 가지고 너도 나도 보따리 싸들고 우우 나서는데, 그런다고 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
언론에 대해서도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한겨레>라도 ‘범여권’이라는 용어는 안써줬으면 좋겠다. 여권이라는 말은 나하고 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인데, 지금 언론들이 전부 엉터리 기사를 쓰고 있다. 알면서도, 내가 몇 번이나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그냥쓰고 있다. 그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의도적으로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나와) 관계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제외하는 게) 정 안되면, 다 빼고 손학규씨라도 제외시키자. 손학규씨라도 범여권에 넣지 말고 좀 얘기해 달라. 왜 그 분이 범여권이냐? 그 양반이 나중에 와서 경선을 하고 안하고는 내가 관여할바 아니지만, 그가 왜 범여권이냐, 반한나라당이지. 그 사람, 제발 좀 빼달라. 신문에 이렇게 좀 크게 써주세요. ‘손학규씨는 빼달라’
-열린우리당 한쪽에서는 ‘후보단일화도 있는데 왜 통합이라는 외통수만을 고집하느냐’는 대통령의 의견에 대해, 이른바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을 계속 유지해 나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 의도를 의심하기 전에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당 해체하자는 게 상식에 맞나? 통합의 비전이 있을 때 당을 해체하자고 해야 한다. 차별화도 어지간히 해야지, 당을 해체시킴으로서 대통령을 고립시키겠다는 그런 차별화까지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열린우리당을 계속 유지할거냐, 말거냐는 합리적인 통합이 되면 하는 것이다. 아무 질서도 없이 전당대회도 안하고 해체하는 불법적 해체에 반대한다. 그러나 통합안되면 열린우리당 (그대로) 가야한다. 얼마나 뜻이 좋은 정당이냐. 자원도 그만한 자원이 어디 있냐.
-최근 출범한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이 참여정부의 업적을 평가하겠다는 애초의 설립 취지와 달리 대통령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전진기지이며,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또 대선 이후까지도 염두에 둔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 있는데.
=참평포럼은 노무현을 지키는 조직이다. 그뿐이다. 말하자면 참여정부가 끝까지 일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조직으로 이해해달라. 참평포럼이 나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나는 열린우리당에서 선택된 후보를 지지한다. 불변이다. 열린우리당이 선택한 후보를 지지하고, 그 후보가 또 어디 누구하고 통합해 가지고 단일화하다 그 단일화 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내가 갈 길이다. 그게 원칙이다. 그래서 참평포럼은 그 원칙을 지키는데 기여할지는 몰라도 그 이외에 딴 짓 하지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후보, 누구를 해코지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 짐작에는 열린우리당의 어느 (특정)후보를, 대통령이 지명해서 그쪽으로 힘을 몰아주고 그런 일은 안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무식한 사람 아니다. 대통령이 지명한다고 다음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어리석은 짓 절대 안한다. 열린우리당의 후보들이 나오면 각자의 정치활동과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지지가 쏠린다. 쏠리면 열린우리당이 거기에 지지를 모아줄 것이고 그 다음에 대통령이 여기에 따라 갈 것이다. 그게 원칙적인 방법일 뿐더러 정치 돌아가는 이치다. 그것을 거역하는 어떤 사람도 현직 대통령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성공하지 못한다. 내가 그 정도는 안다. 그것을 모를 만큼 그렇게 무식하지 않다.
■ 12월 대선
“걸핏하면 보따리 싸는 정치 이제는 그만해야”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대정신에 맞는 대선주자가 지금 정치권에 있다고 보나?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대선의 쟁점이 돼야 하고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그것은 정치개혁이고, 언론개혁이고, 그 다음에 복지와 양극화 해소 이 세 가지다. 여기에 남북간 평화·협력의 발전이 있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지역주의다. 지금 각 당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싶어한다.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로 아예 굳어진 정당이고, 나머지 정당도 지역주의에 흔들리고 있다. 지역주의는 개혁의 과제이자 대선득표의 변수다. 지역주의에 매달리면 민주세력은 백전백패다. 지역주의를 과감하게 버리고 정책경쟁을 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개혁이고 또 그래야 성공한다.
단임제, 이거 후진국 제도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당정분리, 연정에 대한 국민인식, 견제와 책임정치에 대한 인식, 정치와 선거에 대해 적대적이고 불공정한 선거법, 대표성을 죽이고 지역구도를 조장하는 선거구제도, 공천헌금을 유발하는 선거제도 등 다 고쳐야 한다. 그래서 개헌하자고 한 것이다.
지도자의 원칙이 굉장히 중요하다. 보따리 정치, 걸핏하면 보따리 들고 돌아다니는 정치 그만 해야 된다. 이게 쟁점화 돼야 한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도 아주 중요한 쟁점이다. 진영 간에 차이가 뚜렷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핵심 쟁점이 돼야 한다.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 일자리 어떻게 만들 것이냐,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태도, 복지예산에 대한 태도, 감세에 대한 태도, 대입제도에 대한 태도, 정부의 크기와 역할에 대한 태도, 이런 것들이 쟁점이 돼야 한다. 평화주의냐, 대결주의냐의 문제도 있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을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민주주의 안에는 번영의 기술, 통합의 기술, 평화의 기술, 진보의 가치가 다 포함돼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치지도자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투명해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통찰력이다. 통찰력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철학적 이해다. 꼭 필요하다. 그래야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통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30년 전의 낡은 이념에 매달려서 현실에 맞지 않는 교조적인 주장을 한다. 변화된 사실, 역사의 변화를 통찰력 있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 정직하고 성실하고 인간적 신의가 있어야 한다.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선 불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의 행보를 포함해서 최근 범여권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를 듣고싶다.
=정치인은 뚝심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 회사가 부도나서 어렵다고 나가서 떠들고 다니고 사장 흔들고 그러면 안날 부도도 진짜 나는 것이다. 어리석은 짓이고 자충수다. 뚝심이 없으니까 그렇다. 옳은 가치이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치를 붙들고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상황에 너무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배짱을 가진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 선거법 위헌 논란
“중립위반 안하겠지만 위헌판단 절차 밟겠다”
-대통령 발언이 선거 중립의무에 위반된다는 중앙선관위 결정이 있었다. 선거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타당성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이 헌법 기관인 중앙선관위 결정에 불복하는 모양새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적 대응 방침을 철회할 용의는 없나?
=법적 절차에 의해서 판단을 받는 것은 모두에게 허용돼야 한다. 선관위의 판단이 헌법 기관의 판단이라고 해서 불복 못하게 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선 이 법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 정쟁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집중적인 공격의 표적이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성립 불가능한 개념이다. 선진국에도 대통령한테 직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것은 있어도 정치적 중립하라고 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
두 번째로 법 상호 간에 모순이 있다. 공무원법 상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고 규정이 돼있는데, 선거법에는 선거 중립을 규정했다. 선거 중립과 정치적 중립이 어떻게 차이가 있다고 보나? 구별이 안된다. 지금 저 양반들 ‘정권교체’ 말하고 다닌다. 정권교체라는 말이 선거로 교체하겠다는 말인데, 전부 사전 선거운동이다. 정권교체, 정권교체 하니까 “무슨 정권교체, 정권 교체하면 서민들은 다 죽어”, 그 두 개가 다 선거운동이 되는 거다. 선거법의 중립 의무, 선거 운동 금지 조항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 대통령 정치 활동의 자유는 헌법상 일반인의 기본적인 자유권이고, 또 정당법상으로 허용된다. 어느 면으로 보나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의 권리는 기본권이다. 근데 선거법으로는 아무 정치 활동도 할 수가 없다.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려고 해도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지, 도저히 판단할 수가 없다. 선관위를 존중하기 위해서, 참평포럼보다는 조금 낮게 말하려고 좀 낮춘 게 원광대 강연이었다. 거기서 조금 더 품위를 갖추고 좀 더 낮춘 정치적 견해 표명이 6월 항쟁 기념사다. 한나라당은 그거 다 묶어 가지고 ‘계속 했으니까 기다(선거법 위반이다)’, 이거다. 금지 조항은 이렇게 모호하다는 것만으로도 위헌이 된다. 선관위는 어떻든 법을 해석하고 집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니까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도 선관위가 이런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을 해석할 때에는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해야할 거 아니냐?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서 법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줘야 되는데…. 그 점이 불만이다. 선관위가 “중립 의무 위반하지 마라” 해서 안하려고 한다. 근데 공무원법상 보장돼 있는 정치 활동의 자유, 그거 어디까지 허용되느냐가 문제다. 그거 하나하나를 전부 선관위가 나한테 잘라다 줘야한다. 잘라다 주기 전에는 나는 암말도 안 하든지, 하다가 걸리든지, 그렇게 돼 있다. 위헌 판단의 절차는 해야한다.
-대운하 건설 등 야당 후보들의 대선 공약에 대해서 현직 대통령이 나서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따져 보자”고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대통령더러 그 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야당도 대통령을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은 대통령을 비난하게 돼있는데 대통령의 방어를 허용해야 한다. 이명박씨가 균형발전 정책을 비판했고, 비판한 데 대해서 내가 대운하 정책과 비교했다. (비판의) 자유는 포괄적으로 열어 놓고, 그 다음에 그 말을 지지하는 사람은 나한테 박수 보내면 되고, 지지 안 하는 사람은 이명박씨한테 박수 보내게 하면 된다.
■ ‘한나라당 집권은 끔찍하다’는 언어의 수사
-최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끔찍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심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있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할 당시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끔찍하다.’ 이것은 상징적인 언어다. 정책의 차이를 뚜렷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그 다음에 정책을 얘기했다. 그 얘기의 핵심은 정책 비교를 한 것이다. 그 얘기를 하면서 그런 수사를 했다. 정치에서 언어의 수사를 가지고 적절하네, 안 적절하네 그런 얘기 하면 안된다. 나는 그때 대통령이라는 직무로서 연설한 것이 아니고 한 정치인으로서 강연한 것이다. 공권력의 집행자로서의 공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이 있고,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행위를 하는 대통령이 있다. 그 사람들이 나한테 퍼부은 수많은 수사들보다는 훨씬 점잖다. 말의 큰 줄거리가 아니라 그냥 수사로서 쓴 말을 일일이 다 따지면 아무도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
그 당시 내가 연정을 제안한 것은 전략적으로 실책이었다. 실패한 전략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의미는 있다. 사람들이 연정과 합당을 구분하지 못하더라. 연정을 완전히 합당과 같이 비판하는데, 연정과 합당은 분명히 다르다. 그 구별도 못하고 비판한 정치인들은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 연정이라는 것이 세계 선진국이 보편적으로 하고 있는 정치 제도라는 것을 우리도 인정해야 한다. 국가적인 아주 어려운 과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 대연정이 굉장히 유용할 때가 있다.
어떻든 전략적으로 실패한 것이지만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당시 당 지도부하고도 다 상의를 했는데 문건이 돌아다니면서 터져버렸다. 합당이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합당을 전제로 해서 당 한쪽에서 날 비판했다. 그러면서부터 힘들어졌다. 그래서 그 전략은 전부 나한테 화살이 되어 돌아와버렸다. 뼈아프게 생각한다.
■ 남북 정상회담
“미국과 협력 안하면 북핵문제 못 풀어”
-정부는 6자회담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데, 정부 안팎에서는 남북관계 우선론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 연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핵 문제를 풀지 않고 남북관계만 따로 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핵 문제 해결 않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국민적 동의가 아직 이뤄져 있지 않다. 핵 실험 했을 때 대통령은 대단히 전략적으로 계산된 행동을 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얻어맞았다. 그렇듯 북핵 문제를 두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대한 국민적 동의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북핵 문제를 풀지 않고는 남북관계만 따로 갈 수가 없다. 또 미국과 협력하지 않고는 북핵 문제를 못 푼다. 한국 단독으로 북한에 경수로를 줄 수 있는지도 검토해봤는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상회담도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고는 성사될 수가 없다. 북핵 문제가 걸려 있는 동안에는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을 만나서 득 볼 것이 없다. 지금 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푸는 것은 (적합한) 과정이 아니다. 북핵 문제가 풀려가면 남북관계가 함께 가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촉진하는 거다. 남북관계가 진전의 전망이 밝아질수록 핵 문제에 대한 해결은 신뢰성이 높아지는 거 아니겠나? 핵 문제 해결의 과정이 진행될 때 동시적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그걸 받쳐줘야 된다. 그런 경우에 북한이 만나자고 하면, 임기 얼마 없다고 내가 회피해 버리면 그만큼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이 흔들리게 되고 지체되게 된다. 전임 사장이 발행한 어음은 후임 사장이 결제하는 거다. 두 달이 남았든 석 달이 남았든 내가 가서 도장 찍어 합의하면 후임 사장 거부 못한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거 맞춰서 하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8·15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그 전까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하신 거 아니겠나? 비디에이(BDA)가 지체된 사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8월15일쯤이란…, 아주 합리적인 예측을 해 보면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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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겨레>와 단독 회견을 갖고 최근의 정국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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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송고실 통폐합 문제 “정보공개-취재자유 아무런 관련 없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크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언론개혁을 지지했던 신문사, 언론단체, 시민사회 단체들도 이번 방침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이런 지적을 너무 가볍게 여기시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지난번에 말했던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서”라는 표현이 아직도 유효한지 알고 싶다. =‘죽치고 앉아서’란 내가 옛날에 본 걸 가지고 이야기한 거다. 아직 일부의 현실이고 과거의 사실이고 그렇다.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데 내용을 정확하게 알면 반대 안 할 거다. 토론을 제안해 놓고 있는데 여기서 한 번 토론을 해 보자.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출입 문제도 나오는데, 실제로 정부 부처가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출입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라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정보를 감추고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주려고 하는 정부 부처들과 그 내막을 깨고 올바른 관점을 유지하려고 하는 기자들과의 긴장관계가 있는데, 이번 선진화 방안은 공무원들이 정보를 자꾸 숨기게 할 우려가 있다. =일부 무단출입을 하는 부처와 사람들이 있어서 그것을 막으려는 것인데, 기왕에 무단출입을 안 하는 사람들이 왜 이번 조처에 화를 내는가? 공무원들이 기자들을 기피하고 몸을 움츠리고 정보를 자꾸 숨기려고 하는 것은 제가 풀어드리겠다. 공무원들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성실하게 취재에 응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정보공개와 취재자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이 정보공개를 얼마만큼 강조하고 있는지, 공무원·관료 사회의 습성을 풀고자 대통령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그건 좀 인정해줘야 된다. -이미 국무회의에서 선진화 방안을 의결한 상태에서 토론을 하자는 것은 일의 순서가 바뀐 것 아닌가? =그러면 이미 지나간 것을 가지고 왜 계속 정부를 공격하나? 누가 옳으냐의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자는데, 왜 회피하나? 대통령의 말에 논리가 없고 궁색해지면 이 제도를 밀고 나갈 수 있겠는가? 거기서 밀리면 대통령은 버티지 못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도 대통령이 정당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런 정책은 계속 못 밀고 나간다. 지금 한국 언론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 기사의 품질이다. 지금 이 기사, 이 품질 가지고는 선진국 못 간다. 그리고 품질이 이대로 가면,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판단을 할 때 사람들이 전부 인터넷으로 가지 신문 안 본다. 그리고 이번 취재실 제도 문제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잘못됐다. 첫째, 언론 자유와 언론 탄압은 아무 관계가 없는데, 왜 거기다 갖다 붙이나? 둘째, 국민의 알권리하고도 아무 관계없다. 사실대로 정직하게 보도해 줘야 된다. 1차 기자실 개편 때도 언론 탄압, 언론 자유, 알권리 제한, 엄청난 비판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언론 자유가 줄었나? 언론 탄압이 있었나? 알권리가 더 제약을 받았나? 기자실 안에 알권리가 있는 게 아니다. 지난번 1차 조처 이후에 기사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 정부와 언론 관계도 개선됐다. 그런데 일부 폐단이 남아 있어서 그 폐단을 근절하고자 이번에 약간의 보완 조처를 다시 한 거다. 이것은 제가 손 대놓은 개혁 과제이기 때문에 확실히 정리해서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 제 도리다. 한국에서 진정한 언론의 자유 문제는, 기자실 문제도 아니고 정치 권력의 문제도 아니고, 사주로부터의 자유다. 우리나라 주류 언론들의 거대 언론들 사주로부터의 자유, 사주의 독재로부터의 자유 아닌가? 광고주로부터의 자유…. 기자협회가 할 일이 있다면 이 문제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고, 기자의 자유와 권익 신장을 위해서 투쟁해 줘야한다. 기자실 가지고 싸움 할 것이 아니다. ■ 진보진영의 비판 “개방은 먹고사는 문제 달라진 현실 수용해야” -현재 진보 진영 내부에선 참여정부의 정책과 이념을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참여정부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 등에서 진보 진영과 대립했다. 이는 진보 진영 내부에 혼란을 가져오고, 나아가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의 위기와 분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있다. =진보진영도 달라져야 한다. 대안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 달라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계화의 현실, 그리고 우리 내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낡은 이론이나 교조적 사고로는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개방을 반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 개방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다. 반미도 대안이 아니다. 실현가능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현실에서 채택이 가능하고,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법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나? 법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 수도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 사리에 맞는 정책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 반대든 투쟁이든 진실한 사실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다. 대안없는 진보나 책임 없는 진보는 성공할 수 없다. 근본주의 노선이나 비타협적 투쟁 노선을 포기해야 한다. 비타협 노선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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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한겨레〉 취재진과 단독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노 대통령, 김종구 편집국장, 오태규 수석부국장, 박찬수 정치편집장, 안재승 경제편집장, 신승근 청와대 출입기자.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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