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겨레>와 단독 회견을 갖고 최근의 정국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
‘사전 질문-사전 답변’ 아닌 즉석 질문답변 ‘토론식’ 진행
6월 항쟁 20돌을 계기로 열린 〈한겨레〉의 ‘노무현 대통령 특별 인터뷰’는 형식과 내용에서 파격적이었다. ‘사전 질문-사전 답변’ 식인 통상의 대통령 인터뷰와 달리 즉석에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토론식’으로 진행됐다. 인터뷰 주제도 진보세력 무능론과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 12월 대선과 남북문제, 부동산 정책 등 거의 모든 현안을 포괄했다. 〈한겨레〉는 인터뷰 준비를 위해 미리 제출한 질문서에 구애받지 않고 민감한 현안들을 현장에서 물었고, 노무현 대통령 역시 70분으로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을 1시간 더 연장하면서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실 문제, 현정권 평가 등을 놓고 양쪽 사이에 추가 질문과 반박 등이 오가며 팽팽한 긴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또 야당과 일부 언론의 적대적 공세, 이에 대한 대통령의 항변 등을 두고서는 ‘공감’의 끄덕거림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김종구 편집국장이 “좀 무례한 질문이 있더라도, 국민이 궁금하게 여기는 내용이라 여기시고 답변해 달라”고 공세적인 질문을 예고하자, “난 질문이 날카로운 데 대해선 전혀 불만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질문이 날카롭지 않아서 불만이다”라고 응수했다. 노 대통령은 인터뷰 초반 민주세력 무능론 또는 집권세력 무능론을 들추어 묻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의 여러 경제지표를 제시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에 김 편집국장이 ‘경제지표를 갖고 너무 자화자찬하는 것 아니냐. 국민인식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노 대통령은 즉각 “지표를 말하지 말라는 얘기냐. 민주주의 정치에서 공격을 받으면 사실을 말하고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증거를 갖고 얘기하자니까, 그걸 자화자찬이라고 이름 붙이냐. 그게 감정적 공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사실이 맞느냐 안 맞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국민이 스스로 보고 읽으면서 자화자찬이라 느끼는 사람은 느끼면 되지, 언론이 왜 그렇게 이름을 붙이느냐. 그게 우리 언론의 병폐 아니냐”고 역공했다. 김 국장은 이후에도 ‘부동산 정책의 성과가 미진함을 보수언론의 흔들기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 ‘참여정부평가포럼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을 결집하는 전진기지 아니냐’,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해 개혁적인 언론단체조차 비판하는데,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 ‘야당 후보들의 대선공약을 현직 대통령이 나서서 따져보자고 하는 게 바람직한가’는 등의 공격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
노무현 대통령이 〈한겨레〉 취재진과 단독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노 대통령, 김종구 편집국장, 오태규 수석부국장, 박찬수 정치편집장, 안재승 경제편집장, 신승근 청와대 출입기자.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
김 국장이 애초 예정된 70분이 지났는데도 준비된 질문을 소화하지 못해 “진도를 빨리 나가겠다”고 서두르자, 노 대통령은 “서두를 필요 없다. 시간은 충분하다. 충분히 질문하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인터뷰는 낮 12시9분까지, 129분이나 지속됐다. 인터뷰가 끝난 뒤 배석한 비서관들도 밀도 높은 질의응답에 긴장했는지 굳은 얼굴을 쉽게 풀지 못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 6월항쟁 20돌 기념 <한겨레> 노대통령 단독인터뷰 기사 묶음 ▶ [노대통령 ‘한겨레’ 인터뷰] “우리당 후보 지지 통합땐 단일후보 지지”
▶노 대통령 “대연정 제안한 것은 전략적으로 실책이었다” 인정
▶ [인터뷰 막후] 공세적 질문-반박 긴장감 인터뷰 1시간 늘려
▶ [노대통령 회견] 유력대선주자 평가 “손학규씨 범여권 아니다”
▶ [인터뷰 전문] 노대통령 “참평포럼은 노무현 지키는 조직”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