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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1 17:37 수정 : 2007.09.11 17:57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학위 위조‘ 연루 의혹,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고소조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과할 사안은 사과’ ‘국정주도권은 행사’

`신정아 연루' 의혹으로 인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갑작스러운 낙마는 임기 5개월여를 남겨둔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최대 시련이다.

임기 초반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했던 권력형 게이트 의혹들은 대부분 실체없이 `포말'처럼 흩어지곤 했지만, 이번 `변양균 스캔들'은 "깜도 안되는 의혹" "소설같다"는 노 대통령의 자신감을 무색하게 했을 뿐 아니라 검찰수사 과정을 볼 때도 앞으로 `게이트'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도 "정부 출범후 있었던 여러 사건들 중에서 이번 건이 가장 치명적이고 아픈 사건"이라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청와대가 이번 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레임덕 현상'과 함께 임기말 국정 주도력을 잃어버리고, 좌초해 버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정치권에서는 제기되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1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이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지만, 위기에 맞닥뜨릴 수록 `우회로'를 걷기보다는 정면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결단으로 여겨졌다. 이날 기자간담회도 참모들의 건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 대통령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참모들에게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변양균 전 정책실장,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문제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변 전 실장 문제에 대해 "참 할 말이 없게 됐다",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졌다"고 까지 토로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전모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국민 입장표명을 뒤로 미루기는 했지만, 현 시점에서 대통령으로서 사실상 대국민 사과에 준하는 `낮은 자세'로 임했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 입문 이전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만일 검찰 수사결과 심각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측근 비리'라고 이름 붙여도 변명하지 않겠다. 사과라도 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과거 측근들을 둘러싼 의혹 제기들에 대해 "근거없고 터무니없는 공세"라며 강력하게 반박하던 모습과는 판이한 자세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이나 수석 차원이 나서서 `해명'하며 감당하도록 하기 보다는, 초동 단계에서 자신이 직접 나서 비판을 감당하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직접 사과하겠다는 자세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측근 스캔들'에 대한 이 같은 수세적 모습이 노 대통령이 현재의 국면에 대처하는 전부는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칫 일련의 사건들이 다른 국정 현안에 대한 장악력 약화나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청와대 공세로 이어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사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권력누수로 보는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이 이 같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정치공작설'을 제기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고소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 입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대응은 위기 상황에서 임기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역대 정권 임기말을 반추해서 대입해본다면 청와대 측근 실세의 비리 연루 의혹이 드러나고 임기말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라면 유력 야당 대통령후보의 고소를 취하하고 "청와대는 대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통해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시나리오가 상정될 법도 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와는 정반대의 노선을 택했다. 오히려 고소를 취하하라는 정치권의 주장에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해서 범법행위를 용납하라고 하는 것이 무슨 논리이냐"면서 법치주의에 입각한 `정략적 선거전략' 단호 대처라는 강공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을 하지 말라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당신들의 승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원칙이 있는 승리라야 승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고, "원칙이 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저는 별 관심이 없다"고 역설했다.

원칙없는 선거 승리를 꾀하기보다는, 비록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더라도 원칙을 고수하는 길을 택하겠다는 인식까지 엿보이게 하는 결연한 언급이다.

결국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노 대통령의 정국 대처법은 사안에 대한 `분리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변양균 스캔들' 등 사과할 사안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사과하고 여론의 비판을 감내하겠지만, 임기말과 상관없이 이어져야 할 정책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의 국정 주도권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검찰수사과정에서 변양균, 정윤재 의혹이 만약 실체적 비리로 드러나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치권을 망라하고 파상적으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해 들어올 경우 노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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