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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9 10:54 수정 : 2007.10.09 10:54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

온 국민이 꼬박꼬박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던 전두환 씨. 텔레비전에서 그를 두고 처음으로 전두환 씨라 불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움찔 했을 것이다. 버릇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익힌 대로 알아서 기게 된다.

권양숙씨와 관련하여 호칭 문제를 두고 사소한 다툼을 벌이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보통의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두고 어떻게 부르든 그것은 순전히 각자의 자유이다. 가령 노무현씨를 면전에서 노무현씨라고 부르든, 노무현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든, 노무현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든 그것은 각자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런 호칭을 쓴 것에 대해 질타를 받거나 비아냥을 듣는 일도 각자가 알아서 책임질 문제일 것이다.

보통의 상황에서 각자의 자유에 따라 호칭을 달리 할 수 있지만 기사 상에서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신문 기사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는 것이므로 그 호칭도 가장 객관적이고 적절한 것을 찾아 써야 한다. 가장 객관적이고 적절한 호칭은 현재 그 기사에 실린 인물이 어떤 직무,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가와 관련된다.역으로 직무, 직책에 따라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호칭은 유동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성립된다.

예로써 일단 노무현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의 현재와 미래는 대체로 대통령이라는 신분과 별도로 생각하여 기사를 쓸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기사화되는 이유 또한 그가 현직 대통령 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에 있다. 그러므로 그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무현 대통령 혹은 대통령 노무현씨,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혹은 전직대통령 노무현씨라 쓰이는 게 적절할 것이다. 다른 대통령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대통령의 호칭에 있어서 대통령 아무개씨,라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으나 대통령도 하나의 직책이자 직업이기 때문에 작가 아무개씨, 사장 아무개씨, 영화감독 아무개씨처럼 대통령 아무개씨 라는 호칭에 문제가 없으며, 때에 따라 적절하게 쓸 수 있다.

권양숙씨의 호칭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권양숙씨에 대한 기사는 대체로 대통령 부인의 역할과 관련하여 나오는 것들이다. 대통령 부인으로써의 역할은 관습적으로 관례적으로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그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는 권양숙씨에게 그저 권양숙씨라 호칭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뭔가 설명을 빠뜨린듯한 느낌. 그렇지만 권양숙 여사라고 하기에는 몇몇 이들이 지적하듯 여사라는 호칭은 상하개념이 스며 있다는 문제가 있다.

가장 객관적이고 적절한 호칭은 권양숙 대통령 부인 혹은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이지만 그 호칭은 너무 길다. 뿐만 아니라 그 호칭은 일방적으로 대통령 부인의 역할이 대통령에게 종속된 것처럼 느껴진다.

대통령 부인의 특수한 역할을 부정하고공식적인 자리에 대통령과 동반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면, 관례적으로 대통령 부인에게 일정한 호칭을 부여해야 한다. 그 호칭은 주체적이어야하고 수직적인 의미가 섞여 있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호칭을 따로 만들 필요도 있다.

현재로써는 아쉬우나마 권양숙 여사라는 호칭을 편의적으로 쓰는게 좋지 않나 싶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현재 새로이 부여된 호칭이 없으므로 노무현 씨가 대통령직을 마치게 되면 직무가 없어졌으므로 다시 권양숙씨라고 호칭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때에 따라 전 대통령부인 권양숙씨, 혹은 권양숙 전대통령 부인 이라고 하는 것도 적절하다.

대통령 부인에게 여사라고 부르든 그렇지 않든 확실한 사실 한가지는, 만약 대통령 부인에게 특별한 호칭을 부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국가적인 공식행사에 대통령 부인이 공식적으로 동행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이 조선시대처럼 지아비에게 맞춰 역할을 결정하는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 일 때문에 그 배우자가 매일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공식행사에 부인이 항상 동행하여 공식일정을 치루는 직업은 대통령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부인을 공식업무에 동참시키는 경우 없고 사장 부인이 사업체간 업무에 부인을 공식으로 동석시키지 않는다. 동참시킨다 하더라도 그녀들의 역할은 대통령 부인의 역할에 비해 몹시 소극적이다.

결론은 하나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대통령 부인이 행하는 공식 업무, 공식적인 역할을 철폐하든가, 아니면 업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과 함께 일정한 호칭을 부여하던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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