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3 14:35
수정 : 2007.10.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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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세종전실에서 TV 생중계로 진행된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시기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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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철군 문제와 관련, "지난해 약속한 완전 철군의 시한을 내년 말까지 한번 더 연장해달라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려고 한다"며 주둔 병력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나머지 병력의 파병기간을 연장하는 안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20분 청와대 세종전실에서 TV 생중계로 진행된 `자이툰부대 임무종결 시기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 담화에서 "모든 면을 심사숙고해서 단계적 철군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달 말 자이툰부대 일부 병력의 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해 말 자이툰부대 주둔연장을 위한 국회 동의를 받을 때 `2007년말까지 완전 철군하겠다'는 정부의 대국민 약속을 상기하면서 "정부는 이번에 다시 자이툰부대의 병력을 올해 말까지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나머지 병력의 철군시기를 내년 12월까지 단계적으로 철군하도록 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해 한 약속과 다른 제안을 드리게 된 점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4월 이라크전 파병 당시 국회연설을 통해 정치ㆍ경제 현안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철군시한 연장만을 놓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자이툰부대 철군시한 연장 배경과 관련, 노 대통령은 6자회담과 남북 및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논의 등 한반도 주변정세를 설명하면서 "이 모두가 미국의 참여와 협력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자이툰 부대를 파병할 당시 여러가지를 고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었다"며 "북핵문제가 예기치않은 상황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한미공조의 유지가 긴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한미관계를 재조정하는 데 있어서도 긴밀한 한미공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이들 문제가 진전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선택은 현실에 부합한 적절한 것이었다"며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도, 해묵은 안보현안들을 거의 다 풀어올 수 있었던 것도 굳건한 한미공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적 측면은 당초부터 파병의 목적이 아니었지만 지난해부터 우리 기업의 이라크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철군하면 그동안 우리 국군의 수고가 보람이 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대통령으로서 저 자신의 고민도 많았다"고 밝힌 뒤 "철군시한 연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더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도리인 줄 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제게도 명분이 상하지 않는 편안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시기 더욱 중요한 것은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그리고 그것이 책임있는 국정운영이라고 판단했다"며 자이툰부대 철군시한 연장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과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앞으로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성실하게 대화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우리 장병들이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자이툰 부대 `단계적 철군' 방침을 밝히며 "국회 환경이 좋지는 않다. 최선을 다해보자. 국무위원, 정부 위원 모두 앞장서서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 나가도록 하자"고 당부한 뒤 "약속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대선 정국에 철군시한 연장방침이 미칠 영향과 관련, "저희 입장을 대부분 정당들이 인정하고 수용해주신다면 대선 정국에서 큰 쟁점이 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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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 특별담화 전문
국민 여러분,
2003년 자이툰부대를 파병할 당시 여러 가지를 고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었습니다. 북핵문제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한미공조의 유지가 긴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한미관계를 재조정하는 데 있어서도 긴밀한 한미공조가 필요했습니다.
지난 4년 간 이들 문제가 진전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선택은 현실에 부합한 적절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도, 해묵은 안보 현안들을 거의 다 풀어올 수 있었던 것도 굳건한 한미공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6자회담이 성공적 결실을 맺어가는 국면에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미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또한 자이툰부대의 평화와 재건 활동은 우리의 에너지 공급원인 중동지역의 정세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중동국가를 방문했을 때, 자이툰부대가 현지 주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동맹군들 사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금 이라크에는 미국 이외에 세계 26개 나라에서 1만2천여 명의 군대가 주둔하여 미국의 작전을 돕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역사적으로나 안보, 경제적으로 미국과 가장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입니다. 또한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지방정부가 자이툰부대의 주둔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은 당초부터 파병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만, 지난해부터 우리 기업의 이라크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철군하면 그동안 우리 국군의 수고가 보람이 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모든 면을 심사숙고해서 단계적 철군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국민 여러분께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대통령으로서 저 자신의 고민도 많았습니다. 철군 시한 연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도리인 줄 압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저에게도 명분이 상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 더욱 중요한 것은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 주십시오. 정치권에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한반도에 평화를 뿌리내리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성실하게 대화하고 설득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장병들이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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