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0 14:39
수정 : 2008.03.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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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전 과천 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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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반 공직자 기강 세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청와대에서 사실상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최근 한 회의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골프를 치는 수석이나 비서관이 없겠지만..."이라고 `NO 골프'를 선언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 수석.비서관은 물론 행정관들도 "당분간 골프는 물 건너갔다"고 채를 접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실용주의와 경제살리기를 내세워 새벽에 나와 늦은 밤 별을 보면서 퇴근하는 마당에 골프를 치는 것 자체가 사치"라며 "골프를 칠 시간도 없지만 국정을 바짝 조여가는 청와대 기류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골프의 `골'자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골프는 사절"이라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 같은 골프 금지령이 언제 해제될 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초기의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국정운영의 틀이 잡히게 되면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하는 관측 정도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날 첫 부처별 업무보고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으면서 공무원 사회에 대해 강도높은 자성을 요구한 데 비춰 골프 금지령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힘들어도 여러분(공무원)에게는 봉급이 나간다"면서 "1조원이 들어갈 사업에 2조원, 3조원이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이 없고 불안해할 사람도 없다. 이런 정신으로 세계가 경쟁하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새 정부에서는 국민이 아파하는 것을 더 아파하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면서 "내 표현이 심할지 모르지만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공직자의 자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고도 했다.
관가에서는 공무원 사회 속성상 청와대의 골프 금지령이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공기업, 산하기관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청와대발(發) 공무원 기강 잡기의 실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황정욱 기자
hjw@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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