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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부산 항만공사에서 열린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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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 한달]
‘경제 위기’ 강조했다 발언수위 스스로 낮춰
후보시절부터 농담 수준 ‘말’ 때문에 ‘설화’
이명박 대통령은 한 달동안 많은 말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소 즉흥적이고 직설적인 말들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은 것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최근 원자재·기름·곡류값 상승과 환율 급등이 겹치는 상황을 두고 업무보고 현장에서 연일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며 ‘경제위기론’을 강조한 것이다. “오일쇼크 이후 최대”, “상상을 초월”, “일찍이 보지 못했던 현상” 등 표현의 강도도 매우 셌다. 청와대는 “공직자들의 긴장감 고취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으나,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지나치게 국민들이 위축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발언 수위를 스스로 낮췄다.
또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도 숱하게 많았다. 지난 16일 경제 위기를 강조하면서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한 발언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에 과반 의석을 줄 것을 호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밖에 춘천에선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하거나, 전북에 가서 “제2의 고향이 군산”이라고 말한 것은 야당에선 ‘총선 개입용 발언’으로 인식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발언 대부분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기보단 ‘덕담’ 수준이라는 청와대 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농담 수준의 ‘말’ 때문에 화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준비되지 않은 말을 즉흥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내뱉어 혼란을 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50품목에 대해 집중 관리하자”고 말하자, ‘50개 품목’이 뭔지, 그리고 ‘물가 관리’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또 인수위 시절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였을 때는 “인수위가 잘 하고 있다”고 했다가, 지난 20일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선 “영어 몰입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뒤늦게 말했다.
총선 쟁점으로 부상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도 지난 21일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4대 강 수질 문제를 거론하며 “완벽하게 보전할 방법을 만들면 계속해서 수질오염이 되지 않을 텐데, 영구대책을 못 만드는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해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선거 때 수질오염의 근본 해결책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추가적인 설명은 더 이상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 발언은 농담 하나, 제스처 하나까지 모두 ‘준비된 행동’”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이 즉흥적이어서 불안할 뿐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쌓이면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했다.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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