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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내분사태가 계속된 25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보건복지가족부가 입주해 있는 계동 현대빌딩에서 업무보고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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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란 벗어나 일에만 매진할 것”
불법파업 엄단 재확인…서민대책 가속페달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마무리하며 "너무 어려운 게 많다"고 말했다.
짧은 언급이었으나 최근 악화일로의 대내외 경제환경, 조각 인선파문에 이은 여당내 공천파동, 잇단 흉악범죄로 인한 뒤숭숭한 사회분위기 등 현 시국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여겨졌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역대 정부의 출범초와 비교해 최악의 수준인데다 `4.9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한 위기의식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특히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은 당초 예정에 없이 언론에 공개돼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자신의 속내를 내심 드러내고 싶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내놨다.
◇"민생이 어려운데 선거 시작" = 이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며 서민대책을 거듭 강조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민생이 어려운데 선거가 막 시작됐다"면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 공명한 선거가 되도록 해달라.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해선 사전, 사후에 철저한 예방과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근 여야 공천파문으로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자칫 과열.혼탁 선거까지 벌어질 경우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처음부터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또 지난 대선기간 `BBK 의혹' `도곡동땅 차명 의혹' `일본인 어머니' 등의 끊임없는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면서 수차례 강조해온 `네거티브선거 근절'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도 여겨졌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공약으로 내세운 서민경제대책 추진상황을 확인하며 구체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이 한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민들의 기대감이 많다. 서민을 위해 이뤄진 게 미흡하다"면서 ▲자영업자 소액대출 ▲농협의 농기계 임대사업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 등 서민대책 검토를 지시했다. ◇"법무장관 바쁠 뻔" = 이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의 티타임에서는 `기아차 파업사태'를 화제에 올리며 불법파업에 대한 엄단 의지를 우회적으로 재천명했다. 티타임 도중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찾아 "기아차가 파업한다는데 어떻게 됐느냐"고 물은 이 대통령은 "파업을 중단키로 했다"는 보고를 들은 뒤 "법무부 장관이 바쁠 뻔 했는데 다행이네"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했을 경우 법 집행을 맡은 법무장관이 주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법에 따라 강력히 대처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이는 노동계가 비정규직 법안 등을 놓고 대규모 `춘투(春鬪)'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강력한 노동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져 향후 노정(勞政)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가 어렵고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위기인 상황에서 이념적, 정치적 목적을 갖고 파업을 하는 일은 국민들이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영희 노동장관이 "알리안츠 생명보험이 성과급 문제로 800명이 파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점장들이어서 노조에 가입이 안되는 대상"이라고 보고하자 "법적으로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설득시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자리를 만들고 외국인 투자유치 한다고 했는데 지점장들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새 정부의 최대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를 위한 노동계의 동참을 촉구했다. ◇"공직자 국민 눈살 찌푸리게 해서야" =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일부 부처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가 이전하면서 남긴 사무기기와 가구를 방치해 논란이 됐던 보건복지가족부에 언급, "주민들이 오죽 보기 싫었으면 신고를 했겠나.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보도되는 것을 보니 공직자 자세가 안돼 있는 것 같다"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꾸짖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또 "일부 부처에서 정부조직개편으로 발생한 유휴인력을 태스크포스(TF) 형태로 만들어 편법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유휴인력을 교육할 수 있도록 중앙공무원교육원에 교육코스를 빨리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밖에 "장관들이 온정주의에 빠져 적당히 해보려는 것은 새 정부의 `작은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밑에서 하자는 대로 하면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대통령도 공무원들이 만든 보고서만 보고 발상전환을 하지 않으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 한달을 맞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경제를 다시 살려달라는 뜻을 모아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만큼 오늘을 기점으로 정치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일에만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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