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민주주의 역주행’ - 도전받는 ‘기본권’
경찰총수가 촛불집회 현장지휘 ‘총동원’감사원·검찰 합작 고강도 공기업 사정
기무사령관 대통령 직보 등 ‘위험신호’ 자리잡아 가던 사정기관들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 등 시민의 정치·사회적 권리가 곳곳에서 도전받고 있다. 권력기관들의 정치성 짙은 사정 드라이브와 시민사회를 겨냥한 ‘공안 몰이’가 민주주의를 질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력전’ 분위기 속에서 ‘점수’를 따려고 기관간에 경쟁하는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 검찰 경찰 감사원-‘총대’ 멘 사정기관들 가장 방대한 조직을 갖춘 사정기관인 경찰의 태도는 새 정부 들어 180도 달라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나 ‘인터넷 광우병 괴담’ 대응에 총수인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고, 집회·시위 관련 법률의 노골적 개악도 추진하는 등 최고권력의 이해와 성향에 부합하는 일에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 경찰은 이미 ‘백골단’의 후신 격인 체포전담조 부활과 ‘준법시위서약서’ 도입 검토로 시민사회에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경찰과 검찰이 공조해, 참여정부 때 미뤄뒀던 사안을 끄집어내 엄단하려고 하는 등 과거 공안정국을 연상하게 하는 일도 벌이고 있다. 전북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1월29일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에 중학생 180여명을 인솔해간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교사 김아무개(49)씨를 구속했다. 이 행사는 2006년 12월에 열렸는데, 갑자기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면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같은 달 대구지검 공안부는 2006년 6월 대구건설노조 파업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백석근 건설노조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그는 검·경이 부를 때마다 나가 성실히 조사받고 있었다. 지역에서는 과거 ‘간첩신고단’이 부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원 춘천시의 한 마을에서는 경찰서 보안과가 나서서 ‘신고계도협의회’를 만들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한 주민은 “낯선 사람이나 차량을 보면 신고해 달라고 하고, 땅굴 견학도 갈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검찰이 새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진행한 비례대표 공천헌금 의혹과 공기업 비리 수사를 놓고는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총선 이후 야당 쪽이 집중적인 소환과 압수수색 대상이 돼, 야당 당선인만 3명이 구속됐다. 반면, 여당 당선인들이 다수 연루된 ‘뉴타운 허위 공약’의 경우, 유권자들의 공분이 무척 높은데도 수사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기업 사정은 감사원과 검찰의 합작 아래 전례없는 속도와 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지난 정권에서 앉힌 임원들을 물갈이하려는 상황에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보름 만에 31개 공기업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지난달에는 70개 준정부기관 감사에 들어갔다. 특히 이례적으로 예비감사 결과만 가지고 10여개 공기업의 경영 비리 실태를 발표해, 압박을 느낀 기관장들이 사표를 냈다.
검찰은 수년 묵은 첩보들까지 끌어모아 특별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수사에 참여한 한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등 감독기관에서 걸렀어야 할 것들을 이제와서 검찰이 집중해 하라고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정권 초반기에 누가 ‘주인’인지 제대로 보여주려면 사정 수사를 해야 하는데, 물갈이 움직임 등 정권 정책에 딱 맞춘 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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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던 시위대가 경찰에 가로막혀 서울 종로1가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멈추자, 추부길(왼쪽에서 두 번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문수 서울 종로경찰서장(가운데 무전기 든 사람)이 현장에 나와 지휘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이날 함께 현장지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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