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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5 23:18 수정 : 2008.05.26 08:28

이명박 대통령이(가운데) 지난 16일 서울 헌릉로 코트라 회의장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 ‘민주주의 역주행’ - 권력주의적 경제 운용

성장률 달성 집착에 외환시장 과도한 개입
물가도 관리대상 ‘친시장 정책’ 일관성 잃어

이명박 정부는 시장경제와 경제선진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어떤 때는 지나치게 시장주의로 흐르다가, 어떤 때는 권위주의시대적 관치 행보가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진보적 경제학자들로부터는 물론, 이명박 정부 지지자들이던 시장주의 경제학자들한테서도 자주 비판받는다.

신자유주의가 먼저 번성한 선진국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 지 이미 오랜데, 이명박 정부는 뒤늦게 마치 그게 경제선진화로 가는 길인 양 받아들이는 듯 비친다. 퇴행은 아니나 후행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는 게 마땅하지만 규제완화가 절대선인 것처럼 여겨진다.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모습도 대표적이다. ‘친재벌’ 정책 역시 그간 이뤄진 재벌개혁 성과를 되돌려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거시경제정책 운용에서는 개발시대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착각을 낳는다. 올해 6%라는 성장률 목표를 세워놓고 수치 달성을 위해 목을 매는 모습이 새 정부 들어 부활했다. 성장이 급했던 개발시대에 했던 일이다. 과거와 똑같은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성장률 수치에 연연하는 한 무리수는 나올 수밖에 없다.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이 번갈아 가며 원-달러 환율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고 그때마다 외환시장은 출렁거렸다. 그래서 환율 올리기엔 일부 성공했지만 그 대가는 물가불안 심화로 오고 있다. 2004년에 폐지된 무역투자진흥회의가 4년 만에 부활해, 2010년까지 무역규모 1조달러(수출 500억달러) 달성 목표를 내세운 것도 흘러간 앨범 속에서 보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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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가시적인 실적에만 매달려 내수 등 경제 전반에 오히려 부작용을 줄 수도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가정책도 마찬가지다. 개별가격을 관리할 수단이 정부 손에서 떠난 지 오래지만, 대통령의 한마디 다그침에 정부는 쉽게 과거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을 동원해 물가를 잡으려다 비판의 목소리가 드세자 포기했다.


그렇다고 그런 행태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생필품 50개 품목의 물가를 잡으라고 하자, 52개 품목이 관리대상 품목으로 등장했다. 대통령이 라면 값을 들먹이니 라면 값에, 밀가루 값을 얘기하니 밀가루 값 낮추기에 안간힘을 쓴다. 새로운 ‘경제 권위주의’가 행정부 안에 똬리 트는 모습이다. 정부가 서민 물가에 신경쓰는 것은 당연하나, 할 수 없는 일까지 하려 하면 정책 일관성을 잃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물가가 중요하다면서도 한국은행에는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다. 이전 정부도 더러 그랬지만 새 정부에선 그 강도가 세고 직접적이다.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데니얼 멜서 선임이코노미스트까지 “강 장관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한은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며 “물가 상승이 핵심문제인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아 좀더 두고 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설픈 시장논리로 신자유주의의 시행착오를 답습하다가, 다급해지면 과거식 관치를 동원하는 식이 이어지면 경제선진화와 민주화는 요원하다.

김병수 선임기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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