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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2 14:29 수정 : 2008.06.02 15:09

취임 100일 ‘위기의 이명박 정부’
‘부동산 투기·탈세 의혹’ 인사 첫 단추부터 논란
‘전봇대’ 등 즉흥 지시…두더지잡기식 정책 잦아
입으로만 ‘국민과 소통’…귀막고 독단 질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만에 심각한 민심의 저항에 직면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한 일에 대해 다수 국민들이 ‘노’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했어야 할 일은 무엇이었으며, 실제로 보여준 것은 무엇일까?

■ 인사 편향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사’다. 자신과 함께 정권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진용을 구축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인사는 초기부터 잔뜩 엉켰다. 당선인 시절 장관 후보자 가운데 3명이 낙마했다. 부동산 투기, 탈세 의혹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퇴진했다. 인사 파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유행어가 생겼다. 특정 계층·특정 인맥에 편중한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영남 편중인사, 호남 편중 인사 시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다수 국민들은 ‘약자와 서민들의 편에 서지 않을 정부’라는 의심을 품게 됐다는 점에서, 좀더 파장이 크다.

이런 문제는 이 대통령의 기업가형 리더십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능력만 있으면, 성과만 낸다면 출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정은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다르다. 따라서 각계 안배 개념이 무시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공기업 사장들을 인위적으로 물갈이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세력 독식편향’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 마스터플랜이 없다 새 정권은 으레 임기 5년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초기 과제로 삼는다. 또한 각 정부부처 등이 마스터 플랜을 중심으로 가지런히 뛰도록 ‘일의 방식’을 선보이는 게 최고 지도자의 역할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목표는 ‘경제살리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취임초부터 “마스터 플랜은 더이상 필요없다. 이젠 액션플랜이 필요하다”며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잔뜩 급한 마음을 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서두르며 일을 채근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정 전반에선 조급증과 졸속에 따른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다. ‘쇠고기 협상’만 해도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1주일만에 서둘러 끝냈다가 탈이 났다.

게다가 즉흥적이며 지나치게 세밀한 분야에 집착하는 이 대통령의 성향이 공직사회를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 당선인 시절부터 ‘공단 전봇대’, ‘차없는 톨게이트’ 등을 거론하면서 공직자들은 해당 전봇대와 톨게이트를 찾느라 법석을 떨었고,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사건이 발생하자 대통령이 관할 경찰서를 찾아 서장에게 “범인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깐마늘값이 40%나 올랐다는데, 대책을 안 세우고 뭐하느냐”라고 질타하거나, ‘밀가루값이 폭등했다’고 보고하면, “밀이야, 밀가루야”라고 묻는 일도 벌어졌다.

이러다보니, 상황이 발생하면, 그 건만 틀어막고 보는 ‘하루벌이식’ ‘두더지잡기식’ 국정운영이 일상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루는 ‘성장’, 다음날은 ‘물가’, 그 다음날은 ‘환율’을 걱정하는 식이다.

■ 소통 부재 진용을 구축하고, 마스터플랜을 세운 뒤에는 이를 국민들과 ‘소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은,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에 치우쳐 있다. 이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어쩔 수 없지만…”이라는 말이다. 이는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하기보단, 국민을 ‘설득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설득되지 않는 사람은 ‘반대를 위한 반대자’로 제쳐놓고 가겠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처럼 ‘반대’를 ‘정치적 반대’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국민의 정서를 읽는 것이 상대적으로 늦다. 대국민 담화 1주일만에 쇠고기 고시를 강행해 사태를 키운 것도 “하루빨리 이 국면을 정면돌파해야 상황이 끝날 것”이라는 착시 때문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이른바 보수언론의 시각인 ‘조중동 프레임’으로 세상을 읽는 경향이 강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이 대통령의 ‘편중·편향성’은 ‘신뢰의 위기’를 불렀다. 더욱이 최근 쇠고기 정국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식됐던 ‘능력’에 대한 신뢰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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