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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강조하며 국회정치 인정않더니
취임 100일만에 ‘탈여의도 실험’ 실패
‘위기의 남자’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은 여의도다. 총사퇴 파문을 겪은 청와대와 내각에 정치인 기용을 검토하고, ‘박근혜 총리설’까지 흘러나온다. ‘탈 여의도 실험’의 실패를 이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신속한 일처리와 업적만을 절대선으로 추구해온 기업인 출신으로서 갖는 경험의 한계가 파산의 근원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은 “빠른 의사 결정을 중시해온 이 대통령은 절차가 복잡한 여의도 정치를 불신했다”며 “민주주의는 복잡하고 국민들은 그 절차를 중시하는데, 여의도 정치가 바로 그런 절차”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수도권 한 재선 의원도 “효율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은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게 여의도 정치’라며 환멸을 느끼게 됐다”며 “여의도는 국민이 합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한 곳이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순기능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국회와 정당을 행정부를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로 인정하기보다, 행정부의 거수기로 인식하면서 탈여의도 실험이 여권 내부에서조차 지지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계로 분류된 한 재선 의원은 “정부 정책은 예산과 법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고, 299명의 국회의원들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이를 조절하고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런 국회를 패거리 정치로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정부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여야가 공론을 벌여 확정한 혁신도시 계획에 대한 일방적 재검토를 강요하고, 법절차를 무시한 채 한나라당에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편성을 압박하는 등 일방통행을 거듭했다.
10년 야당의 설움을 감내해온 한나라당과 그 지지세력의 힘으로 집권한 이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개인 역량을 최대 승인으로 생각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취임 초반 청와대와 내각에서 당을 배제한 채 캠프중심으로 권력을 짜고, 물갈이 공천을 통해 기존 정치세력의 교체를 시도했다”며 “결국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자기 권력기반 내부인 여당 안에서도 균열을 일으켰고, 집권 초반 여권 내부의 소통에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탈여의도 정치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도 실패했다. 이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 의원은 “탈 여의도가 성공하려면 국민과 직접 소통에 나서 민심을 얻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에 너무 서툴렀다”고 말했다. 신승근 성연철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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