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쇠고기 협상 파문 등 최근 국정 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검역주권·특정위험물질 등 알맹이 빠져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정국을 풀어가는 수순이 엉키면서, 이 대통령의 19일 기자회견이 최종적인 민심 수습책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에서 협상이 종결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하다보니, 이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쇠고기 대책은 공허한 주장의 반복에 그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 식탁에 오르지 않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정부가 추가 협상 이전부터 거듭 밝혀 왔고 국민들이 미봉책이라고 반대해 온 ‘30개월령 이상 수출 민간 자율규제 + 정부 보증(별도 수출증명 프로그램)’ 방안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마저도 협상 상대인 미국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실효성이 담보되어 있지도 않다. 또 이 대통령은 이날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금지 외에, 촛불집회에서 국민적 요구 사항으로 떠오른 검역주권 확보와 30개월 이하 쇠고기의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의 금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민심의 요구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의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은 채 특별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쇠고기 정국에서 하루빨리 탈피하고 싶다는 조급증만 드러냈다. 외교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관리는 이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건 앞뒤가 바뀐 거 아닌가?”라며 “처음에 한번 단추를 잘못 끼우더니 계속 엉뚱한 단추를 채우며 서두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선후가 뒤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광우병대책회의가 제시한 ‘재협상 시한’ 20일 이전에 민심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전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했던 핵심 관계자는 “하루라도 서둘러 민심을 가라앉히고 싶은 게 이 대통령의 심정이겠으나, 그렇게 시간에 쫓겨 문제를 풀려고 하면 미국에서 협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취약한 입지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를 만족하는 해법도 내놓지 못하면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시 한번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쇠고기 협상을 서둘러 재촉함으로써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를 너무 비싸게 치렀다”는 논란과 함께 촛불 정국을 초래한 바 있다. 청와대는 추가 협상 타결에 앞선 기자회견을 ‘협상의 묘’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안에서도 대통령의 회견 시점을 두고 격론이 있었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를 (미국 쪽에) 분명하게 밝힌다는 차원에서 19일 회견을 하기로 (김종훈 본부장의 체류 연장이 결정난) 17일 저녁에 결정했다”고 전했다. 미국을 압박하려는 일종의 벼랑 끝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협상에 밝은 한 관계자는 “순서가 뒤죽박죽돼 해법이 엉망이 된 것을, 아전인수식으로 해명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께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자율규제’가 광우병 위험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대책회의는 이명박 대통령의 회견을 엄중히 규탄하며, 20일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제훈 황준범 기자 nomad@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