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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4 08:22 수정 : 2008.07.14 08:26

홍양호 통일부 차관(맨 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 합동대책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반도 국제정세-국내 여론악화 사이 깊은 고민
강경쪽 돌아서자니 수단 없고 미국 반대 불보듯
대외적 ‘대화 기조’ 유지하되 대내적 ‘강경’ 처지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북쪽과 협의하겠다며, 전면적인 남북대화를 제안한 것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와 연관돼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간의 대화는 중단된 반면,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영변 냉각탑 폭파로 북-미 관계는 급진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6·15, 10·4 선언을 언급하며 전면적인 남북 대화를 제안한 것은 자칫 ‘동북아의 외톨이’가 될 위험을 탈피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뜻밖의 피격사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다시 강경기조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구도가 외견상 조성됐다. 보수성향 지지층의 여론도 그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폐기 분위기 등 국제적인 한반도 화해 무드가 진행되고 있어, 그렇게 돌아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 남북 대화 제안 철회 등도 거론하지만 정부의 신뢰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밖의 강경대응 수단도 거의 없다.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했지만, 그렇다고 이를 개성 관광, 개성공단 사업에까지 연장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민간 협력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중단시킬 권한이 약하고, 미국이 ‘한반도 긴장 고조’를 불러일으킬 이런 상황에 동의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1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북 대화가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스탠스는 계속 지켜나갈 것”, “(대통령의 남북 대화 제안과 피살 사건이라는) 두 사건은 여전히 별개”라고 밝힌 것에서도 청와대의 고민은 묻어난다. 이 관계자는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북한의 총격 피살 사건을 보고받고도 그런 연설을 한 것은 큰 틀에서 남북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대승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폄훼하는 것은 안타깝다”고만 말했다.
통일부 직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마련된 ‘금강산대책상황실’에서 금강산 관광객 박아무개씨 피살 사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그러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지지율이 낮은 이명박 정부의 힘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층의 이탈이 가시화될 경우, 회복 불능의 상태도 우려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서고, “책임이 남쪽에 있다”는 북한 금강산사업 담당 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에 대해 청와대 쪽이 “적반하장”이라며 맞받는 등 사건 당일에 비해 톤이 올라간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잘 보면 목소리는 단호한데 실질적으로 그렇다고 볼 순 없다. 북한과 대화는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안정과 남북대화라는 기조는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내적으로는 보수층을 의식해 ‘강한 목소리’를 내는 모양은 취하되, 대외적으로는 ‘대화 기조’를 의심받지 않아야 하는 청와대의 복잡한 처지가 읽힌다.

김연철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은 “한반도 정세 속에서 정책 전환 필요성과 북한 반응에 대한 강경 여론 충돌, 둘 중 어느 것을 택할 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북강경 기조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변화하는 환경과 국민여론 사이에서 이런 간극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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