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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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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단 구성 5일째 감감…독도방문은 하룻밤새 ‘뚝딱’
일 관방장관 “한총리 행동 부적절”
한승수 국무총리가 독도 문제와 관련해 실질대책 마련을 총괄하기보다는 ‘겉보이기’ 위주의 이벤트 행보를 앞세우고 있다.
한 총리는 29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한 총리는 이날 헬기 편으로 독도에 도착해 독도 경비대원과 독도 주민 김성도씨 부부를 격려하고 ‘동해의 우리땅 독도’란 표지석을 설치했다. 한 총리는 현지에서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의 땅이자 영토”라고 말했다. 이날 독도 방문은 전날 오후 결정돼 하룻만에 전격적으로 추진됐다.
앞서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한 사실은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외교부가 세계 각국의 독도 표기 상황을 파악해 오기를 철저히 시정토록 외교적 노력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가 내각 수장으로서 범정부 차원의 실질대책을 챙기기보다 ‘행사성’ 행보를 하는 데 대해선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는 독도 태스크포스만 해도 총리실·외교부·동북아역사재단 등 여기저기에 중구난방 격으로 설치되어 있어, 총리가 통합조정할 일이 많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어느 한 군데서도 독도 문제 대응논리와 전략 개발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총리실에 두기로 한 ‘독도영토관리대책단’마저 설치 결정이 내려진 지 닷새가 넘도록 발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쪽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관방장관은 한 총리의 방문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를 다룰 한-일 양국의 기본 입장은 한-일 관계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차분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라며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그러한 행동은 그다지 적절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 지배를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고, <아사히신문>은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한국령에서 ‘주권 미지정’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미국에 항의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견줘볼 때 총리의 행보는 자칫 일본 쪽이 노리는 분쟁 지역화 전략에 말려드는 결과가 될 가능성도 염려된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총리의 독도 방문이 상징적 효과가 있지만, 실효적 지배 강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부 차원의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총리의 첫 독도 방문은 여론 무마용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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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총리 가운데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동도 헬기장에 표지석을 설치한뒤 김관용경상북도지사와 이야기 하고 있다. (독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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