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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밤 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시민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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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지지율 추락 질문에 “서두른 감 있다” 자세 낮춰
민주당 “가장 큰 책임은 본인…본질 파악 못해” 비판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밤 5개 방송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질문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며 설명하려 애썼다. 이 대통령은 일관되게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임했으나, 그만큼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감성을 건드리며 진솔함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변명성이나 훈계성 답변도 적지 않아, 추석을 앞두고 ‘진솔한 소통’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빨간 바탕에 흰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매고 나온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나 남북문제 등 심각한 주제에 대한 질문에도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초반 6개월 지지율이 10%대 초반까지 추락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첫 질문에 “열심히 일하겠다고 서두른 감이 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소홀한 점이 있다”고 자세를 낮추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경제 분야 질문에서 “제 자신도 실물경제를 해본 사람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은 임기 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 “경제가 파탄나는 일은 절대 없다”는 등의 단호한 표현과 경험담을 두루 섞어가며 거침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또 “○○○씨가 고민이 많으시죠” 하는 식으로 일반 국민인 질문자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려 했다. 초반에 농촌 살리기 질문 이후부터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 큰 손짓과 함께 답변을 했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 관련 질문에서 “기업이 좀더 넓은 마음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아량이 필요하다”면서도,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분쟁 사업장의 사업주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2년, 3년째 그렇게 있는 것인데 3자 개입 없이 순수한 비정규직과 기업이 타협한다면 길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직답을 피했다.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대학생이 최근의 네티즌 수사 등을 비판하며 ‘제2의 촛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웃으면서 “아주 무섭습니다. 협박을 하시는데, (촛불집회에) 참여만 했지 주동자는 아니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소통에 관한 물음에 “대통령이 그렇게 민심을 안 읽고 가만 있겠나”고 말한 뒤, “조계종 법전 스님이 청와대 불자회 회장인 강윤구 사회정책수석에게 ‘국민 통합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에 쓴소리를 많이 듣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집에 들어가면 집사람이 쓴소리 하고,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장관들이 다 고분고분할 줄 알았더니 불쑥불쑥 ‘그러면 안 된다. 이래야 한다’는 장관도 많다”며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청와대가 우려한 ‘돌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패널들의 질문은 깐깐했지만 예상된 범위를 넘지 않았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6개월을 자평해 보라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국민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면서도 ‘뜻하지 않은 쇠고기 파동’을 주요한 이유로 들었다”며 “가장 큰 책임은 본인이 져야할 텐데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그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연극대사 같은 변명으로 일관한 ‘국민과의 대화’”라며 “질문자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토로하며 원인과 해법을 요구했으나, 대통령은 그동안 해왔던 변명을 판박이처럼 반복했다. 일방통행식 변명으로 어떻게 국민과 소통을 하겠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일 잘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신뢰감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안겨주었다고 본다”면서 “특히 국민들과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대화함으로써 진정성이 전달되었을 것으로 본다”는 논평을 내놨다.
황준범 성연철 김태규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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