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7 10:36
수정 : 2008.10.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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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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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시정연설…“금융산업 방치할 수 없다”
“경계대상 1호는 공포심…외환 위기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국제금융위기와 관련, "정부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 충분하며 확실하게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며 "문제는 오히려 심리적인 것으로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서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면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세계금융 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파급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몸 부풀리기에 급급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위험 회피만을 위한 전당포식 금융관행에 안주해서도 안된다"면서 "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진 금융산업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진입장벽 낮추기와 금융기관간 경계 허물기, 신용평가기능 및 자산 건전성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예산 지출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수출증가 둔화에 대응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지원도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외환보유고는 2천600억 달러에서 2천400억 달러로 약 8% 감소하는데 그쳤으며, 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외환상황은 훨씬 호전될 것이고 원화 유동성도 금융통화당국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흑자 도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내년에 13조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국회도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에 따라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공조와 한중일을 비롯한 동북아의 공조체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뒤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통해 새롭게 형성될 국제금융질서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이번만큼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되길 기대한다"면서 "백년 이익을 초월해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밑그림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규제개혁에 대해선 "경쟁 촉진과 민간 창의를 북돋우는 규제개혁은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나 국민의 안전과 건강, 금융위험관리와 사후감독에 관한 규제는 보강해 나가겠다"면서 "국민정서를 빌미로 아직도 성역으로 남아 있는 덩어리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규제개혁과 저탄소 녹색성장, 지방행정체제 개편, 공기업 선진화의 흔들림없는 추진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고통은 저에게도 뼈저린 아픔"이라며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소명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고, 신념을 갖고 냉철하고 단호하게 상황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엄중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정파의 차이를 넘어 국익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줘야 국민들도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의 남은 회기를 비상국회의 자세로 임해 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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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회 시정 연설 전문
저는 오늘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전 세계를 쓰나미처럼 휩쓸고 있는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인해 국민들께서 얼마나 불안해하고 고통을 받고 계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소명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합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10년 전과는 상황이 판이합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도 10년전과는 달라야 합니다. 국제공조에 적극 나서면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 위기를 올바로 극복하면, 한국 경제는 크게 살아날 것입니다. 이번 위기가 끝나면 각국의 경제력 순위가 바뀔 것이고 대한민국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저는 분명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외화 유동성 문제는 지금 보유한 외환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원화 유동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통화당국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세계적 실물 경제 침체에 대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예산 지출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수출 증가 둔화에 대응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감세는 경기 진작의 일환으로 필요합니다. 세계는 지금 '낮은 세율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 세율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내년에 13조 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입니다.
이번 예산안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마련됐습니다. 그로 인해 작은 정부 기조에서 다소 긴축적인 방향으로 예산이 편성되었습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에 따라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금융기관간 외화차입금 보증 한도 1000억 달러는 사실상 다 쓰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하지만 이런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 우리 은행들이 돈 구하기도 쉽고 금리부담도 줄어듭니다.
지난 주말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에서 저는 신국제금융질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이 유례없는 금융 위기와 실물경제 위축에 대해 긴밀한 공조체제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해선 결코 안 됩니다.
이럴 때 나라 체질을 개선하고 사회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규제개혁과 저탄소 녹색성장, 그리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 8개월 동안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짓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600여 건의 개혁법안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개혁법안들은 `경제살리기, 생활공감, 미래준비, 그리고 선진화' 등 4대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새 정부가 정성껏 준비한 법안들을 심사하는 사실상의 첫 국회입니다. 국정과제를 실천하려면 법제의 정비가 불가피한 만큼, 4대 개혁법안들이 하루빨리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국정과제의 추진에는 예산의 뒷받침도 필수적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규모는 209조 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7.2% 증가한 수준입니다. 내년도 기금 규모는 78조 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5.8% 늘어나게 됩니다. 내년도 예산안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능력 확충',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 선진화', `녹색성장과 안전한 사회 구현 등 미래대비 투자'에 중점을 두고 짰습니다.
첫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보다 22.7% 늘어난 4조 2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둘째,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R&D 투자에 올해보다 10.8% 늘어난 12조 3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셋째, 지역발전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하여 올해보다 7.9% 늘어난 21조 1천억원을 배정하였습니다. 넷째, 교육예산은 올해보다 8.8% 늘어난 38조 7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다섯째, 맞춤형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9.0% 늘어난 73조 7천억원을 배정하였습니다. 여섯째, 지속가능한 발전과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올 해보다 23.7% 늘어난 3조 8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공무원 보수와 정원을 모두 동결하였습니다.
나라의 어려움 앞에서 늘 그러셨듯이 다시 한 번 힘과 지혜를 모아주십시오. 이 고비를 대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위기를 딛고 발전해 온 우리 역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앞장서겠습니다. 서로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다함께 힘차게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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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욱 기자
hjw@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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