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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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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교체여론 귀닫고 현위기는 외부 탓 돌려
“외환위기 없다” 또 말바꾸기…신뢰회복 미지수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직접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신뢰 회복’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날 싸늘한 금융시장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시정연설이 ‘신뢰 회복’에는 큰 도움이 못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서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세계금융 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파급되는 것”이라며 “실제 이상으로 과잉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경제주체들의 ‘불안감 해소’였다. 이 대통령은 “이 위기를 극복하면 한국경제는 다시 살아날 것”, “4분기부터 경상수지 흑자” 등의 희망섞인 기대를 펼쳤다. 또 “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단시간에 진화가 가능하다”며 강력한 유동성 공급 의지를 나타냈다. 대통령은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카드를 동시에 거론하며 △예산 심의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줄 것 △금융기관간 외화차입금 보증한도 의결 △초당적인 대응 등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가장 큰 요구이자 현안으로 떠오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 개편’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대안도 없이 국민들이 원하면 경질하겠다고 하겠느냐, 아니면 잘 하고 있으니 유임시키겠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연설에선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만 돌리는 듯한 인상도 묻어났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이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갈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 진솔한 ‘자기 반성’은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원인 외에, 우리 정부의 관리실패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는 시장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지금 상황은 어디까지나 외부 요인에 따른 불가항력이라는 청와대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이날 “외환위기는 없다”고 장담했다. 한동안 “아이엠에프 때와 다르다”고 하다가, “아이엠에프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던 말을, 또다시 바꾼 것이다. 청와대 쪽은 ‘외부 상황은 아이엠에프 때보다 더 어렵지만, 우리 내부 경제체질은 그때보다 강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청와대 의도와 상관없이 시장의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킬 대목이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뒷부분에 규제개혁, 녹색성장, 공기업 선진화 등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상황이 변했지만, 정부 정책은 그대로’라는 것을 설명하느라 긴박감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날 시정연설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 한 측면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 주변 측근들에 대한 온정주의 배격이 위기극복에 가장 중요하다. 또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고 새로운 결의를 다질 때 오히려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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