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5 08:27
수정 : 2008.11.0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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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4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차를 마시던 중 일제히 시계를 보고 있다. 과천/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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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국·일본 ‘저소득층 한시적 혜택’에 초점 맞춰
우리는 소득세·종부세 등 ‘부유층 항구적 이득’ 중점
금융위기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에 맞서기 위해 세계 각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라’는 오래된 처방전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감세 처방전은 외국과는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나라가 저소득층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한시적인 감세에 중점을 두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로 부유층에 대한 항구적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5일 64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세부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저탄소 배출차량을 새로 사는 사람에게 2년 동안 세제혜택을 주고, 주택 수리에 대한 세금 감면 확대, 에너지 효율을 높인 건물에 대한 자금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위한 비과세 한도 확대, 개인 부문의 투자확대를 위한 대출 지원 확대, 실업보험 기부액 감면 등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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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지난 5월 저소득층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27억파운드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다. 하원은 최근 추가 감세를 권고하고 있다. 의회 재정위원회 의장 존 맥폴은 <데일리 텔레그라프>와 한 인터뷰에서 “최하위 계층의 세부담을 줄여야 하는 접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수백만명의 저임금 계층에게 소득세를 거두는 현 과세체제를 개혁할 때”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이렇게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감세 혜택을 집중하는 것은 이들이 경기침체 때 경제적 고통을 가장 많이 겪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이 소비 진작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한 가구당 평균 3만8천엔(약 49만원)씩 모두 2조엔을 가계에 돌려주는 내용을 경기부양책에 포함시켰다. 일본은 또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감세와,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체 구제에도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집권 기간 동안 부자들을 위한 감세에 치중했다. 올해 초 단행한 1070억달러 규모의 감세도 저소득층 위주의 감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도 집권하면 대규모 감세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오바마는 10년 동안 2조9천억달러, 매케인은 이보다 많은 4조1천억달러의 감세를 약속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감세냐 하는 점에서는 둘 사이의 차이가 크다. 매케인은 부시 행정부가 만든 부자들을 위한 감세를 영구화하려 하는 반면, 오바마는 부부합산 연소득 25만달러 미만인 사람에게 감세하고, 그 이상을 버는 가구에는 오히려 세금을 높이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한 차례로 끝나는 유가환급금 지급을 제외하면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 고소득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항구적인 감세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소비여력이 떨어지는 이들의 가처분 소득을 보완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감세안이다.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새 정부의 경제이념에 맞춰 미리 짠 감세안인 까닭이다. 이제민 연세대(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감세정책은 1980년대 레이건 시절에 이미 틀린 것으로 판명난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구 류이근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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