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4 19:29
수정 : 2008.12.0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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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노점에서 우거지를 팔던 상인이 울먹이자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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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4일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이 트기 전인 새벽 5시30분께 시장에 들어섰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둘러보면서 한 상인의 권유로 배춧속을 먹어본 뒤 배추 500포기를 그 자리에서 샀고, 배추 나르는 것도 도왔다.
시장에서 상인들은 이 대통령에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상인들은 “장사가 너무 안 돼서 못 먹고 살 정도다”, “서민들 잘살게 해 주세요. 진짜 장사 안 돼요”라며 하소연했다.
특히 좌판에서 무시래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는 ‘하루에 2만원, 많이 팔면 3만원 정도 판다’며, 이 대통령의 팔을 잡고 울음을 터뜨려 이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선물을 하나 주겠다. 20년 쓰던 건데 아까워도 줘야겠다”며 그 자리에서 목도리를 벗어 박 할머니에게 건넸다. 이 대통령은 “하다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을 달라”고 말한 뒤, 시래기 네 묶음을 사줬다. 해장국 집에서 상인들과 아침식사를 함께한 이 대통령은 “(할머니가) 하도 울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할머니가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난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를 해야 하는데”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과 함께 야외난로에서 커피를 마신 농민들도 “농자재 값은 인상돼 고가인데, 농산물 값은 최하다”라고 대책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너무 어려워서 내년 한 해를 어떻게 견디느냐, 내수를 좀 진작해서 …”라고 말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내년을 걱정했다. 이 대통령은 또 농민들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시간외수당을 줘야 하고 품앗이를 할 수 없는 사정을 이야기하자, “농촌에 (공장의) 노동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인건비 낭비가 많은 만큼 노동부, 법무부와 협의해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해결책 마련을 바로 지시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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