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4 10:54
수정 : 2009.04.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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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외교통상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유명환 장관 대리로 출석한 권종락 제1차관(가운데)이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에 현인택 통일부장관 김봉규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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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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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준비중에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이명박 대통령과의 런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대응책과 관련해 한 말이라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회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설명엔 같은 표현이 없다. 백악관 대변인실이 공식 발표한 자료엔 “두 정상은 북한이 유엔 결의를 준수하길 촉구하고,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쏠 경우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만 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실제 회담에서 미국이 유엔 제재 결의안을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기존 안보리 결의 위반이니까 새로운 어떤 결의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어떤 결의안’이라며 결의안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는데도, 이 대변인이 자신의 해석을 담아 ‘제재 결의안'이라고 발표한 셈이다. 논리적으로만 보자면, ‘제재'를 포함하지 않은 새 대북 결의안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 권 차관은 “기존 결의에 제재가 포함돼 있어 새 결의안을 만들면 제재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제재 결의안이라고 말 안 해도 제재라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 대통령의 발언을 추정에 기반해서 브리핑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대변인의 발표엔 미국도 한국만큼이나 북한의 로켓 발사에 강경하다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안보 분야 전직 핵심 관계자는 “국가간 외교행위나 각국 정상의 발언은 그 내용뿐만 아니라 단어 선택 또한 중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대변인이 자신의 해석을 담아 브리핑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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