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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8 18:53 수정 : 2009.12.29 00:37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 건설사업 수주 지원을 마치고 귀국한 뒤, 저녁에는 서울 영등포의 한 삽겹살집에서 열린 ‘중소기업 사랑나눔 봉사단’의 송년 모임을 찾아가 기업인들과 ‘깜짝 송년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11월부터 UAE 왕세자와 전화통화…직접 설득 나서
‘홍보효과 극대화’ 위해 저녁 뉴스시간 맞춰 기자회견





원전수주 MB 역할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같으면 꽃가루 뿌리고 카퍼레이드 할 일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 사업 수주에 대해 “대통령의 리더십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약 400억달러(47조원)로 추산되는 이번 원전 수주에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정부와 컨소시엄 참여업체 관계자들도 이 대통령이 수주전 막바지에 직접 팔을 걷고 진두지휘에 나서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수주전에 앞장선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원전 입찰에 응할 때부터, 현대건설 시절 중동 수주 경험을 들어가면서 ‘공기 단축’과 ‘수주액 10% 삭감’을 집중적으로 독려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달 초부터다. 11월6일께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온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으로부터 “사실상 거절 통보를 받았다”는 비관적 보고를 받고 역정을 냈다. 그러고는 수주 결정의 열쇠를 쥔 아랍에미리트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30년, 50년을 내다보고 형제국 같은 관계를 맺으며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설명할 기회를 갖고 싶다”며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후 이달 중순까지 5차례의 추가 통화를 하면서 아랍에미리트가 원하는 원자력 기술 전수와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협력, 국방·안보 협력 등의 요구에 맞춰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특사단과 김태영 국방장관 등을 현지로 급파했다.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포괄적 군사교류협력 협정을 맺은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동을 잘 아는 이 대통령이 ‘그때그때의 이익보다도 길게 보고 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주 성공은 아랍에미리트가 밝혔듯이 기본적으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낮은 입찰가 및 공기 단축 등이 주는 경제적 매력, 군사·외교·교육 협력 측면이 큰 바탕을 이뤘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경쟁국이던 프랑스가 핀란드 원전 건설에서 공기를 2년이나 못 맞춘 점, 선진국인 프랑스에 원전 공사를 내줬다가 에너지 종속을 받을 수 있다는 아랍에미리트의 우려 등도 한국 수주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수주전에 나선 것 자체도 ‘특이사항’은 아니다. 실제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 대통령처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왕세자 등과 전화통화를 했다.

또 ‘이 대통령이 27일 현지 방문 및 정상 담판을 통해 안 될 일을 되게 만들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아랍에미리트 왕세자는 지난 10일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다음주쯤 뭔가 가시적인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15일에는 한국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잠정적으로 통보하고, 이 대통령이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중이던 지난 18일 “27일이나 28일에 방문해달라”고 전해왔다. 길게는 보름 이상 전부터 수주가 사실상 결정됐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에서 보도가 미리 나오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으며, 일부 관계자는 “막판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연막을 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방송은 26일 이 대통령의 출국 사실을 전하면서도 “프랑스와 경합중”이라고 보도했다. 되돌아보면, 홍보효과 극대화를 노린 행동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를 전격 방문해 27일 정상회담을 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한국의 저녁뉴스 시간에 맞춰 현지 생중계를 통해 직접 수주 사실을 발표함으로써 극적 효과에 정점을 찍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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