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혜 대변인 브리핑
|
비비시 회견 내용 사실과 다르게 발표 ‘책임’
남북정상회담 깜짝효과 노리고 수위 낮춘듯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비비시>(BBC) 회견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공개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28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이뤄진 이 대통령의 <비비시> 회견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29일 오전 1시30분께 기자들에게 돌렸다. 이 자료에는 이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양측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모든 언론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했다. 국내 주요 신문사들은 ‘이 대통령이 연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아 30일치 신문 1면 기사로 주요하게 다뤘다.
하지만 이는 이날 저녁 8시께 <한국방송>이 회견을 직접한 <비비시>로부터 이 대통령의 회견 영상을 건네받아 녹취를 푸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났다. 영상에 나타난 이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양측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조만간이라고 이렇게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는 것이었다. 이는 청와대가 애초 밝혔던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발언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것이다.
청와대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조건 없이”라는 표현이 사라졌고,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는 표현은 “안 만날 이유가 없다”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연내 남북 정상회담의 깜짝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 톤을 완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비비시>와의 회견에 배석했던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많은 일정으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비비시>와 인터뷰를 하면서 발언이 썩 매끄럽지 못했다”며 “여파가 클 수 있는 발언이어서 인터뷰를 마친 뒤 이 대통령에게 진의를 물었고, 이 대통령이 설명한 내용으로 인터뷰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발언을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30일 이와 관련해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현 부대변인은 “KBS의 확인과정이 없었다면 김 대변인의 농간에 국민 모두 속아 넘어갈 뻔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김 대변인의 사의 표명으로 끝내지 말고, 대통령 인터뷰 원안과 수정안이 나오는 과정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 평론가 유창선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참모들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너무 나간 것으로 받아들였다 해도, 일단은 사실은 사실대로 전달하고 그 이후에 적절한 방식으로 발언의 파장을 조절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식”이라며 “BBC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질 발언 내용을 이런 식으로 왜곡해서 전한 것은 우리 언론과 국민을 바보로 여긴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혔다. 이어 “언론인 출신의 대변인이 이런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언론을 향해 장난을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가 철저하게 조사 하라고 촉구했다. 디지털편집팀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