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31 21:04
수정 : 2010.01.31 22:31
|
이명박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영국 <비비시>(BBC) 텔레비전의 닉 고잉 앵커와 회견을 하고 있다. 다보스/청와대사진기자단
|
[남북 정상회담 전망]
G20개최·UAE원전수주… 특별회견등 극적효과 유도
남북 정상회담 등 논란일만한 사안엔 ‘물타기’ 시도
이동관 “김은혜 사의표명 없어…일하다 빚어진 실수”
지난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관련 <비비시>(BBC) 회견 발언을 축소 브리핑했던 데 대해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31일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책임자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29일 이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비비시>와 한 회견에서 “아마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발언한 것을,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로 완화해서 브리핑했다가 회견 영상을 입수한 기자들에 의해 들통났다.
이 수석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춘추관)을 방문해 “‘연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 같다’는 이 대통령 발언은 마치 지금 뭐가 진행돼서 곧 될 것 같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금 마사지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며 “송구스럽다.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번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김은혜 대변인과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이나 저에게 공식으로 사의를 표명한 일은 없다”며 “일하다가 빚어진 실수라고 넓게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수석이 이날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청와대 홍보의 신뢰에는 큰 금이 갔다는 게 언론계와 정치권의 평가다. 공식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발언까지 임의로 고치는 마당에 다른 문제들에는 ‘임기응변’이 더 많이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청와대의 ‘축소 브리핑’은 서울의 이 수석과 다보스 현지 김 대변인의 전화 조율을 거쳐 이뤄진 것이다. 이에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계속 이런 식으로 해오다가 이번에만 들킨 것이다”, “앞으로 누구를 믿겠느냐”는 얘기가 오갔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 청와대에 유리한 사안은 특별기자회견과 엠바고(보도 유예) 등을 활용해 최대한 부풀리기에 열을 올린 반면에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선 물타기를 시도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50% 안팎인데다 정부가 종합편성채널 선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언론을 상대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가 가능하다고 믿는 청와대의 오만함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홍보의 최종 책임자에 대한 인책 없이는 앞으로도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30일 오전 이 대통령의 <시엔엔>(CNN) 인터뷰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면서도 또 한 차례 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는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등의 이 대통령의 실제 발언 자료를 냈다가, 이 자료를 없애고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때다”라고 수정하는 등 새로운 자료로 대체했다. 청와대는 31일 논란이 일자 <시엔엔>에 영어로 실제 방송된 내용에 맞춰 자료를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