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11 18:51
수정 : 2010.02.1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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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기다리나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 현관 앞에서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 앞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집안 강도” 발언과 관련해 이날 박 전 대표의 해명과 사과를 공식 요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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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갈등 ‘강도론’ 충돌뒤 전면전
친박 “적반하장…사과할 이유 없다”
청와대가 1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집안 강도” 발언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폄하로 규정하고 박 전 대표의 해명과 사과를 공식 요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진영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면서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명과 그에 따른 공식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박 전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날 박 전 대표의 ‘한집안 강도’ 발언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오해한 것”이라며 파문 확산을 경계하는 태도였으나, 하루 만에 정면 맞대응 쪽으로 자세를 튼 것이다.
이 수석은 “강도론은 이 대통령이 당내 화합을 강조하면서 경선 때부터 수도 없이 해온 얘기”라며 “앞뒤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분초를 아껴가며 뚜벅뚜벅 일하고 있는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고, 끝나고 나서 ‘원론적 언급이고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얼버무리는 태도는 온당치 못하고 적절치 못하고, 황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 수석은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대통령한테 막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까 자신이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와 친이계가 ‘한집안 강도’ 발언을 계기로 세종시 수정안에 제동을 걸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수석의 사과 요구에 대해 “말이 문제가 있다면,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전했다. 이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얘기했듯, 우리도 어제 분명하게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지 않았느냐”며 “박 전 대표가 무슨 사과를 할 만한 잘못된 말을 했느냐”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어제 발언은 국민이나 충청도민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정부와 총리가 나서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게 핵심”이라고 반발했다. 친박계의 서상기 의원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에 이어 이동관 수석이 경솔하고 방자한 언동을 보이고 있다”며 “본인들이 사과하거나 이들을 인사조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 시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관 수석은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는 사리와 도리를 갖고 얘기한 것인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니 안타깝다”며 반박했다. 청와대가 유력한 차기 주자인 여당의 전직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향후 세종시 수정을 두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이 전면적인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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