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9.05 11:55 수정 : 2010.09.05 15:37

자신의 딸을 외교통상부 5급 공무원으로 특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9월3일 오후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외무장관 빠른 사퇴에 “뭉기적 청와대가 달라졌다” 정치권 한목소리
레임덕 막고 ‘공정사회 이미지 제고’노리지만 오히려 ‘독’ 될 수도

“청와대가 달라졌다.”

딸 특채 문제와 관련해 유명환 외교장관 경질 방침을 청와대가 신속하게 결정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변신’에 대한 평가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임기 초반 여러 가지 비판이 들려와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모습과 확연히 달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유명환 장관 경질 문제만 하더라도, 유명환 장관이 4일 사의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이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청와대에서 3일 이미 경질 방침을 유명환 장관쪽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런 청와대 결정은 G20 서울대회 준비 등을 고려해 한나라당에서도 경질 요청을 머뭇거리는 사이, 청와대가 주도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태도변화 이유가 주목된다.

이미 김태호 총리 후보와 신재민 문화부장관 후보, 이재훈 지식경제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청와대가 왜 장관 사퇴라는 결정을 이렇게 신속하게 내렸을까? 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이미 레임덕 현상이 거세지고 있으며, 유 장관건을 질질 끌 경우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급될 것으로 파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 자체가 정권보다는 개인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레임덕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 3명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는데도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은 “정권이 이미 끝나가니 개인 이익이나 챙기겠다”는 마음자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이런 행위에 대해 ‘방어’하고 나설 경우, 유사한 사례가 잇따라 터져나오는 등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레임덕의 초기 현상은 다음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특히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가 신속하게 이런 사례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특히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서 통제되지 않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얌전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초선의 유정현 의원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걸레”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의총에서 초선의원이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를 걸레라고 표현하고 있는 상황인데, 유 장관을 둘러싸고 청와대가 미적거린다면, G20일 때문에 머뭇거리던 당에서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맞으면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급속히 떨어지고 레임덕 현상도 가속화한다.

당뿐이 아니다. 유 장관 사례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정부 내 공무원들을 다루는 것도 어렵게 된다.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는 바짝 긴장하다가도, 임기가 반환점을 돌게 되면 느슨하게 풀어지기 쉽다. 심지어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 파악하고 줄을 대는 사람까지 생긴다. 따라서 유 장관 사례를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공직 사회에도 “아직은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또 이런 신속한 대응이 ‘공정한 사회’라는 이명박 정부 국정 후반기 캐치프레이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플러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5일 오후 2-6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이대통령은 최근 사태들 관련해 공직자들의 엄정한 자기 관리와 공정 사회 강조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정치권에서는 또 이 대통령이 레임덕을 방지하는 방책으로 유명환 사례를 활용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유 장관 사례를 계기로 정치인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을 추진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현재 이런 가능성에 대해 “공정 사회와 사정은 관계 없다”고 선을 긋지만, 핵심 참모들은 “결국 공정이라는 것은 사회 지도층이 먼저 돼야 한다”고 암시한다. 곧 대규모 고위층 비리 척결이 진행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대규모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에 대한 사정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 자체가 이전까지 청결함보다는 능력을 위주로 인사들을 중용해왔기 때문에, 대규모 사정이 청와대가 예상한 통제범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정을 통해 예상보다 많은 인물들의 비리가 드러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면서 레임덕을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뉴스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