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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까진 괜찮아” 시한 제시해 정치권 압박
“기본권 등 논의를” 명분 내세워 세결집 노려
개헌 소상한 언급 왜?
이명박 대통령은 1일 방송좌담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면서 정치권에 “당리당략을 떠나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금년엔 괜찮다’고 말해, 올해를 개헌의 시한으로 제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987년도에 민주화, 독재정권 투쟁을 하다가 헌법을 개정한 뒤 세월이 흘러 디지털시대, 스마트시대가 됐다”며 “거기에 맞게 남녀동등권, 기후변화, 남북 관련 등 여러 문제에 대해 헌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개헌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이 모여서 ‘18대 국회에서 하자’고 했고, 지난 대선에서 나를 포함해 후보들이 ‘대통령 당선되는 사람은 헌법 개정을 한다’고 약속까지 했다”며 개헌은 국민과의 약속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나서서 (개헌을) 한다는 것은 너무 정치적으로 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임기 3년이 지난 뒤에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는 “당선되고 헌법부터 개정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은 없다. 취임 뒤 2008년 9월에 금융위기가 왔고 이제는 위기도 극복하고 해서 지난해 8·15 때 제안한 것”이라며 “굉장히 빨리 한 것이다. 내년에 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금년은 괜찮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사실상 올해를 개헌의 시한으로 제시한 것은 정치권에 대한 압박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개헌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많은 상태에서, 다시 한번 개헌 불씨를 살려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논의가 본격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친이명박계는 오는 8~10일 개헌 의총에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 친박근혜계는 물론 친이계 안에서도 부정적 견해가 많아 당내 합의 도출 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여당 당론부터 먼저 정하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야의 대선주자들도 모두 부정적이다.
이 대통령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좌담회에서 ‘개헌이 실현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실현 가능하고 안 하고 이전에 시대에 맞게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어떻게 되든 개헌에 대한 결론을 내달라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올 상반기 안에는 가부간에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헌 ‘실현’보다도 ‘논의’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 이듬해인 2009년 ‘권력구조에 제한된 개헌’을 제안했다가 이번에 기본권 조항 등까지 포괄적인 논의로 확장시킨 점도 눈에 띈다. 개헌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명분 확보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친이계 결집을 꾀해 대통령 권력 약화를 막으려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해석이 끊이지 않게 하는 대목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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