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17 20:27
수정 : 2011.08.18 09:26
MB정부 핵심 철학 ‘감세’
공생발전 위해 철회 필요
버릴까? 말까? 딜레마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생 발전’을 새로운 국정 기조로 제시하면서 감세 철회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생 발전과 재정 균형의 논리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감세 철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 발전과 관련해 “대기업에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졌다.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2013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당장 내년 예산안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예산안 및 세제 개편안을 마련해 다음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기업의 책임, 균형 재정이라는 말이 맞물리면서 당장 여론의 관심은 감세 철회 문제로 옮아갔다. 균형 재정과 감세는 아무래도 모순적인 조합인 까닭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직접 공생 발전을 제시했고, 대기업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강해져 있다.
청와대는 감세 철회 가능성을 일단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균형 재정 달성의 방법에 감세 철회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감세 철회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소극적인 것은 감세 정책이 현 정부 ‘철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는 감세를 통해 기업의 투자가 늘고 이것이 일자리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그렸다”며 “감세가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대기업 쪽에 불만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감세 기조를 되돌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세 기조를 철회하면 ‘이명박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이는 뭐냐’라는 얘기가 나온다”고도 했다. 감세가 정권의 정체성과 연결된다는 말이다. 감세를 철회하면 정국 주도권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 관계자는 “감세 철회만 똑 떼어내 실무적으로 처리하면 좋겠지만, 다른 모든 쟁점이 이에 끌려 들어가면서 청와대의 힘이 급격히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감세 기조를 그냥 끌고 갈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공생 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는데,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 야당뿐 아니라 여당마저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 처리를 장담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6월 의원총회를 열어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퇴로 또는 우회로가 없다는 말이다.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조세권은 국회에 있다”며 “한나라당은 추가 감세를 철회하고 3년 동안 15조원의 세수 감소를 막음으로써 재정 건전성도 튼튼히 하고 민생과 인적 투자와 복지에 대한 예산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직접 챙기는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그런 어려운 문제는 묻지 말라”며 즉답을 피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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