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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8 16:08 수정 : 2005.08.18 16:09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자가 대법관 시절 주심을 맡은 판결은 깐깐하다 싶을 만큼 엄격한 원칙론적 입장을 많이 반영했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소수의 반대의견을 내는 일도 적지 않았다.

뇌물ㆍ부패사건 등 엄단 = 2000년 4월 도청 전산장비 도입과정에서 업체에서 1천500만원을 받은 공무원 서모씨에게 "특별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할 정황은 없지만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 공정성에 의심이 들게 할 정도라면 뇌물죄로 볼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1997년 1월에는 산업은행에 재직하던 남편 업무와 관련된 기업체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부인이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해 남편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항소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998년 1월에는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주주 동의를 얻어 비자금을 조성했다 해도 회사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깐깐한 판결, `봐주기' 없다 = 차량을 도난당했더라도 등록말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판결이나 연립주택 미등기 전세입주자가 주소ㆍ번지는 물론, 층ㆍ호수까지 정확히 명시해야 전세권을 보호받는다는 판결은 모두 빈틈없는 면모를 엿보게 해준다.

회사가 부도나서 경매에 부쳐지면 근로자의 임금채권이 가장 먼저 변제받을 수 있지만 근로자가 경매종료 때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는 등 권리주장을 소홀히 했다면 임금채권의 우선변제 효력이 사라진다는 판례도 남겼다.

1996년 10월에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지만 음주가 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구고법에서 승소했던 D대 교수 최모씨에 대해 "원고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1%가 높지 않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법규를 준수해야 할 사회지도층 신분을 감안하면 면허취소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했다.

전원합의체 판결 땐 `소수의견' = 1995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쟁의행위 기간중이라도 근로자에게 최저생계비는 지급해야 한다는 `무노동 부분임금' 기존판례 대신 `무노동 무임금' 판례를 세울 때 반대의견을 냈다.


파업중에도 노사간의 사용종속 관계는 유지되고 노동법은 근로자들의 최저생활보장과 노사간 힘의 균형을 목적으로 하므로 기본 생계비마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1996년 12월 삼청교육대 피해자 변모씨의 국가 손배소 때도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삼청교육대 피해자 보상약속 담화를 정치적 시정방침으로 보고 이미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다수의견과 달리 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가가 삼청교육 과정에서 공무원을 대량 동원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시효가 지났다고 배상을 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약속을 믿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였다.

1997년 4월 12.12 및 5.18 사건 재판 때는 다른 대법관 12명이 "전두환, 노태우 등의 혐의 중 불법진퇴 지휘관 수소이탈죄는 반란죄에 포함돼 따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혼자서 "그것만도 중한 범죄이므로 별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박준병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다수의견에 맞서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주장했고 노태우씨 동서인 금진호씨가 1천억원 가까운 비실명예금을 정태수 전 한보회장 등의 명의로 실명전환한 것이 은행 업무방해죄가 아니라는 다수의견과 달리 유죄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공안사건에선 = 1997년 7월 `노동자 정치활동센터'라는 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변모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이적단체 구성원 사이의 내부토론이라도 국보법상 찬양ㆍ고무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적단체 내부 구성원끼리의 토론이라도 새로운 반국가활동의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적단체 구성ㆍ가입죄와 별도로 찬양ㆍ고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시였다.

1999년 7월에는 민변이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불허한 국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는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접촉창구는 대북지원능력과 의지, 협상력을 갖춘 일정한 범위의 단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같은 날 북한 어린이 살리기 의약품 지원본부가 국가를 상대로 낸 기부금품 모집허가 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사정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을 금할 명분은 못된다"며 이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화제의 판결은 = `치과의사 모녀 살해 사건' 주심을 맡아서는 항소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결국 이 사건은 대법과 고법을 두 번 오가며 무죄로 최종 확정됐다.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다 황혼이혼 소송을 낸 76세 할머니의 사건에서는 "남편의 의처증은 노령에 따른 증상이며 원고는 고령으로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남편을 돌볼 의무가 있다"며 할머니에게 패소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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