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발표 부실”…DJ “국민 혼란스러울 것”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국정원의 `국민의 정부 도청 공개'에 대해 "국정원 발표 내용이 좀 부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 5일 국정원 발표 전에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보고를 받은 뒤 "사실대로 하라"고 지시했지만 내용을 상세히 보지 못했다고 재차 밝히면서 "(그 때)발표 내용이 뭔지 물어보지 않은 것이 아쉽다. 상상력의 부족이다"라는 표현도 썼다. 당시 한번 더 고민했더라면 최근과 같은 전.현 정부간 갈등 양뻗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뉘앙스가 단 있다. `가해자-피해자가 뒤바뀌었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측의 분노를 의식한 듯 "(DJ) 정권이 책임질만한 그런 과오는 없다", "정권의 도청과 국정원 일부 조직의 도청을 구분해야 혼동이 없을 것 같다"며 DJ 정권과 국정원 하부 조직을 분리시키기도 했다. 국정원 발표이후 김 전 대통령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호남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DJ측에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도청 공개가) 정권 차원의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돼 버리니까 나도 지금 당황해 있는 상태"라는 심정도 밝혔다.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음모론'을 반박하면서 "터져나온 진실을 덮을 힘은 없다.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며 국정원 발표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DJ측도 지난 10일 입원 직전 "모독은 국민의 정부가 당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 이후 북측 대표단의 병문안 등 `8.15 정국'에 휩싸이면서 일체의 정치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때문에 전.현 정부간 갈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어 12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DJ를 병문안하는 과정에서 이 총리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더욱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북 초청 제의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공식 수락한 이후 DJ측과 현 정부간 방북 협의가 진행될 예정인 것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DJ측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반응이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국민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DJ에게 보고한 직후 가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온 입장인 만큼 김 전 대통령의 심중이 단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 비서관은 또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DJ측의 이같은 입장은 검찰이 국민의 정부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상황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김승규 국정원장의 국회 정보위 보고를 앞두고 국정원이 분명하게 국민의 정부 도청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 성격도 띤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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