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제안 “기득권 버릴 줄 아는 노무현식 정치”
노무현 대통령이 "필생의 정치적 소망"이라고 말한 지역구도 해소를 향한 의지를 청와대가 22일 거듭 역설하고 나섰다.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된 윤태영 청와대 부속실장의 국정일기를 통해서다. 노 대통령을 하루종일 밀착 보좌하는 윤 실장은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소개하며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설파하는데 주력해왔다. 최근 연정 제안에 담긴 정치적 속셈에 대한 의구심을 염두에 둔 듯 대통령의 문제의식의 출발부터 짚었다. 지난 4.30 재.보선후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졌다고 소개한 윤 실장은 "대통령의 고민은 근본에 맞닿아 있었다. 우리 정치구도에 대해 짧게는 작년 총선이전, 길게는 후보시절부터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고민이 여당의 재.보선 참패 후유증이나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투자의혹 사건 등의 여파로 보는 것은 일면적 파악이라는 것이다. 그 때부터 노 대통령은 고민과 문제의식을 직접 글로 쓰기 시작했고, 최초의 '연정' 서신이 완성된 것은 한미정상회담(6.11)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4.15 총선 당일 노 대통령이 '권력 이양'의 각오를 참모들에게 밝혔던 일화도 소개했다. 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결과가 확정된 선거 당일 오후 10시 무렵 노 대통령은 관저에서 참모들과 개표방송을 보던중 '이번 총선의 결과에 따라 과반수 정당에게 권력의 상당 부분을 이양할 계획이었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노 대통령은 당시 여당의 승리로 표정은 밝았지만,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선거결과에 아쉬움이 남아있었고, 이러한 문제의식과 고민끝에 내놓은 결론이 지난 7월28일 대통령 서신에서 나온 "대통령은 권력을 내놓고, 한나라당은 지역구도를 버리자"는 것이었다고 윤실장은 설명했다. 윤 실장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왜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느냐'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그 무거움을 잘 알기에 그것을 던져서라도 '망국적'이라는 지역구도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말로 하면 단순한 '선거제도'의 문제였지만, 바로 거기에 난마처럼 얽힌 우리 정치의 질곡을 풀어낼 실마리가 있다고 보았던것"이라고 대답했다. 윤 실장은 이어 "우리 정치의 지역구도가 파격을 필요로 할 만큼 깊은 골이 패여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며, 대통령은 그 깊은 골에서 우리 정치를 끌어내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윤 실장은 노 대통령의 18년 정치역정을 '지역주의와의 고단한 전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지난 88년 13대 의원 당선후 야권통합운동에 나선 것은 '고단한 전쟁'의 출발이었고, 부산 지역에서 잇따른 낙선의 고배를 마신후 98년 서울 종로로 옮겨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지만, 2000년 총선에서 '호남당' 간판으로 또 다시 부산 출마를 강행했던 것은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을 향한 일관된 신념 때문이었다는 것. 이런 원칙과 소신, 국민통합을 위한 열정이 '대통령 노무현'을 탄생시켰다는 윤 실장은 "그러나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의 뜻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18년 정치역정으로도 끝나지 않은 지역주의와의 고단한 전쟁, 대통령의 도전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며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했다. 윤 실장은 '대통령의 정치적 수'를 바둑에 비유, "변칙도 아니고 꼼수는 더더욱 아니며, 바둑의 격언처럼 상식과 원칙에 충실한 수를 두는 것이며, 길게 또 멀리 보고 놓는 정석"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그리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연정' 제안은 정치적 꼼수가 아니라 "기득권을 버릴 줄 아는 노무현식 정치"라는게 윤 실장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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