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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에서 열린 특집 토론회 ‘국민과의 대화’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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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주요 발언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도는 25일 <한국방송>에 출연해 대연정의 필요성을 강렬하게 호소했다. 첫머리 발언에서부터 “국정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심각한 문제제기로 시작했다. 또 그동안 ‘권력의 반 이상이라도 내놓겠다’던 데서 더 나아가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고까지 했다. 2003년 11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노 대통령의 이번 토론회는 방청객 150여명이 지켜본 가운데 일반 국민 9명과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패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100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선거구제도 내놓지 않으려 대연정 제안 안받아
문제제기 많은 사람들은 바로 부동산 부자들 “불신과 적대의 문화 극복 위해 대연정 필요” =모든 정치는 국민의 뜻을 받들게 돼 있다. 국민이 대연정에 대해 아직까지 연구를 안 했기 때문인데 모든 정치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다. 심하게 말하면 눈치를 보게 돼 있다. 한나라당이 대연정 제안을 받을 수 없는 이유는 선거구 제도를 내놓지 않기 위한 것이다. 다음 선거 하는 데 불리하고 지역기반을 잃기 싫다는 것이다. 국민도 조금 있으면 알아챈다. 국민을 위한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할 때 한나라당은 움직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무슨 꼼수가 있는지, 노림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불안감 가질 것 없다. 연정을 받기 싫으면 이 분열구도 극복을 위한 정치협상이라도 하자. 연정이 위헌이라면 정치협상은 할 수 있지 않겠나. 위헌 아닌, 선거제도에 대한 협상을 하자. 한나라당은 파트너이며, 그게 국민들의 뜻이다.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 점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현실의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지도자의 용기다. 풍랑이면 얼른 도망가야지 무모하게 맞부딪치는 것이 지도자는 아니다.
‘시장의 실패’ 정부가 보완해야 “문제제기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부자”=정책을 하면 총론에서는 찬성하다가 각론 만들 때 서민 부담 가중, 세금 폭탄, 헌법 위배 등을 들고 나와 주저앉혀 버린다. 지난 18일부터 언론 보도들을 한번 봐라. 관계없는 서민들도 ‘정부정책 때문에 세금 올라간다’고 느끼도록 돼 있다. 시장에서 실패한 것은 국가가 정책으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 줘야 한다. 부동산이야말로 시장이 완전히 실패한 영역이다. 앞으로 언론과 어떻게 다투어 나갈까 걱정이다. 양극화, 빈부격차 대책 가운데 가장 첫번째가 부동산 정책이다. 경제에 파동이 생길 때마다 빈부격차는 한 칸씩 더 늘어난다. 그래서 서민들 다 죽이는 것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정책이 역대 정부에서 실패한 이유는 저항 때문이다. 10·29 대책도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표범보다 조금 작은 호랑이밖에 못 그렸다. 경제부처 장관이 보고할 때 ‘이것은 이래서 조세저항이 있고’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빠지더니 당정협의에서 빠지고, 국회에 가서 왕창 깎였다. 문제를 가장 많이 제기하는 사람들이 바로 부동산 부자들이라는 점을 우리 국민이 똑똑히 봐줘야 한다. 북핵문제 반드시 평화해결 될 것 “북핵문제 아무도 뒤로 돌아가지 못한다” =참여정부가 내세울 만한 정책분야가 한-미 동맹 부분하고 북한 핵 문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다. 패권적 질서라고 보든 안 보든 간에 어떻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협력해야 하는데 기분 좀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것 아니냐. 앞으로 미국이 이리 한다 하면, 우리한테 불리하고 억울한 것도 말 못하고 수용해야 되는 수준까지는 가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고, 불리한 것은 ‘못 하겠소’ 하고,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너무 자존심 상하지 않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한-미 관계가 약간 수정되면 삑 하는 소리가 난다. 소리 난다고 하지 마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나는 탈선하지 않는 수준으로 궤도 위를 가면 좋겠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좀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한때 무력행사 얘기가 나왔지 않느냐. “무슨 소리 하십니까? 안 됩니다. 그것은 턱도 없습니다”라고 해서, 그냥 평화적 해결로, 평화적 해결로 가다가 대화에 의한 해결로 또 바뀌었다. 대화로 가다가 지금은 평화적 이용까지도 될 것 같죠? 이 문제는,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아무도 뒤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 문제는 반드시 풀린다. “맺힌 한 풀어주는 해원굿 같은 것”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넘어가야 되는 갈등이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사 얘기를 다시 한 이유는 피해자가 있어서다. 피해자의 상처는 치유해줘야 한다. 우리나라 오랜 전통에 해원굿이 있다. 맺힌 한을 풀어주는 굿 하는 것이 우리 오랜 문화라고 하면, 이것을 그렇게 보시면 된다. 그 다음에는 제도를 개선하고, 역사에 뚜렷한 교훈을 남기자, 이것이 역사를 정리해야 되는 이유다. 친일하고 군사독재 했던 사람들이 ‘이것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가자, 뭉개고 넘어가자’ 그것은 좀 심하다. 도청사건이 국가의 범죄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의 범죄이기 때문에, 소위 1997년 대선자금의 정치자금보다는 훨씬 더 큰 문제다. 97년 대선자금 문제는 법적으로 시효가 완성됐거니와 소위 대선자금 부분에 관해서는 정치적 마무리를 내딴에는 짓는다고 지었다. 도청사건이 97대선자금 보다 큰 문제 “정부도 언론을 비판·견제·감시해야” =언론이 정부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 감시하듯이 정부도 언론을 비판하고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 모든 권력이 정권으로 집중돼 있던 시기에는 언론은 오로지 정권을 비판하는 것이 큰 일이었지만, 지금은 시민사회, 학계, 또 언론으로 권력이 분산돼서 각기 권력을 행사하고 서로 견제하고 있다. 언론도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언론 스스로도 비판받고 감시·견제를 받아야 되는 위치에 서야 한다. 또 여러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제4의 세력들이 서로 힘을 모아서 머리를 맞대고 뭔가 의견의 일치를 봐야만이 그 사회가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러자면 어떤 사회적 논리나 대안을 놓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론과 우리 공직사회가, 정치 또는 정부가, 서로 대안을 갖고 경쟁하고 상호 비판하는 이런 수준까지 감으로써 생산적인 경쟁과 협력의 관계로 가야 한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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