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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7 22:45 수정 : 2005.09.07 23:06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회담을 시작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박근혜 대표 회담 의제별 대화 내용·평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핵심 쟁점인 ‘대연정’을 놓고 뚜렷하게 대척점에 섰다. 노 대통령은 “상생의 정치, 포용의 정치는 한나라당도 주문한 것 아니냐”며 연거푸 연정을 제안했으나, 박 대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먼저 박 대표가 “대통령이 연정 다음에 또 다른 수가 있다고 했는데, 또 다른 수가 있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연정을 안 받으면 다음 전략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 아니냐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연정은 합의의 국정운영인데, 양당은 너무 다르다. 평소 노선이 있고, 친화력이 있어야 연정이 되는데, 이 경우엔 얼마나 많은 혼란이 있겠느냐”고 연정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인식의 차이는 국회에서 풀어가면 된다. 제발 한나라당이 나라 살림 맡아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자”고 재차 연정을 제안했다. 이에 박 대표는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며, 누구도 권력을 나눈다고 할 수 없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한나라당에선 하야 주장까지 있다”고 뿌리쳤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오죽하면 임기단축이란 말을 했겠나. 그걸 오해했나 보다”라며 “나를 탄핵할 때는 한나라당이 정권 인수 의사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연정은) 싸움질만 하는 정치에서 협력하는 정치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그런 권력을 원치 않는다. 선거에서 얻은 권력만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야당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은 거국내각을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나 나에게도 한나라당이 거국 내각을 이야기했고, 어느 언론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민생경제 극복을 위해 거국내각, 초당내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거국내각도) 연정의 한 형태가 아니겠느냐”며 “더 이상 연정 말씀 하지 않으시기 바란다. 우리는 무책임하게 뛰어들지 않는다”고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선거구제 개편 문제에서도 팽팽히 맞섰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의 극복을 위해 선거구제를 바꾸고 역사와 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지역구도를 선거구제로 바꿀 수 없다. 그런 문제로 결코 해결이 안 된다”고 대꾸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제도를 바꾸지 말자는 것은 지금이 유리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지지 못받던 고장을 찾아 지지를 얻으려 노력했다”며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은 뭘 했느냐”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은 호남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부산에 4∼5석만 있어도 정치가 이렇게 삭막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구체적인 선거제도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박 대표는 “중·대선거구나 독일식 비례대표 등은 여소야대를 고착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그것은 정책의 노선으로 다당제가 되는 것인데, 다당제는 진일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여야 논의의 틀을 만들어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박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여야 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 된다”며 “지금 그 얘기를 하면 민생이 실종되고 국민의 뜻이 외면된다”고 시기상조론을 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선거에 임박하면 정치인이 냉정하게 만들지 못한다”며 “제도를 바꿔서 나빠지는 것이 뭐가 있느냐”고 따졌다.

박 대표는 “선거제도를 바꿔서 지역구조를 완화하지 못한다. 행정구역 개편도 좋은 안이다”라며 행정구역 개편을 지역구도 완화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그 문제는 별개”라며 “여야가 협의해도 10년, 20년 걸릴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끝없이 팽팽한 평행선만 이어진 셈이다.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쟁점별 발언 요지

[경제]

노 “보유세 서민에게 부담 안돼”
박 “보유세 중산층에 많은 부담”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는 7일 회담에서 ‘민생’과 ‘경제’를 한목소리로 강조했지만, 세금 정책과 부동산대책 등 구체적인 현안을 놓고서는 큰 견해차를 드러냈다.

세금 정책과 관련해 박 대표는 “정부가 씀씀이와 낭비를 줄여야 한다”며 유류세와 소득세·법인세 인하, 엘피지 특별소비세 폐지 등 감세 정책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그렇게 하면 7조원 정도의 세수가 줄어든다”며 “국민들이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이 생기면 소비가 가능해지고 공장과 기업의 투자여력과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올해 세수 부족만 해도 4조원인데 박 대표 말씀대로 7조원을 감세하면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며 “한나라당에서 깎을 10조원 예산의 조목을 좀 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정부는 포도송이처럼 미니 신도시를 늘어놓고 있는데, 절대 수요가 원하는 것은 인프라를 갖춘 대형단지”라며 “보유세 인상 또한 서민·중산층에 많은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택지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확대할 것이고, 보유세는 서민주택의 경우 과표 현실화만 하는 것으로 서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대표가 “가장 큰 문제는 사각지대”라며 “기초연금제를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기초연금제를 실시하려면 8조원이 필요한데, 그 재원을 계산해 보셨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또 노 대통령은 “양극화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심각해진 것으로, 참여정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라며 “경제에 전폭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7일 오후 청와대 기자실에서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오른쪽)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교육]

노 “학생을 한줄로 세우기 반대”
박 “대학에 학생선택 자율권을”

7일 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교육 문제도 비중있게 논의했다.

박 대표가 “대학은 학생 선택의 자율권을 갖고, 학생도 대학 선택의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고 화두를 던지자, 노 대통령은 “교육의 자율은 보장하지만, 선발의 자율로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은 반대한다”고 ‘대학 서열화’를 우려했다.

박 대표는 또 “부동산 투기 문제도, 특수목적고를 많이 만들면 여러가지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균형발전 정책이 성공을 거두면 학교 때문에 서울로 몰리는 현상은 완화될 것”이라고 시각차를 보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몇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뤘다. 노 대통령이 “정부혁신 차원에서 고위공무원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며 협조를 구하자, 박 대표는 “여야가 토론하고 공청회를 열 것도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또 박 대표가 국군포로 송환과 이산가족의 정기적인 소식교환 등을 거론하며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달라”고 주문하자, 노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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