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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0 17:35 수정 : 2005.10.30 17:35

캐나다 멀루니 총리 사례 소개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오찬에서 캐나다 정치사를 설명하며 자신이 그리는 정치지도자 상에 대한 고민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최근 정치권의 감세 논쟁을 비롯해 미래 한국경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9월초 '대연정 제안' 무산 직후 선진국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벤치마킹'에 본격 착수한 뒤에 나온 또 하나의 구체적 사례여서 주목됐다.

노 대통령은 앞서 독일 대사관으로부터 `독일총선 전후 정치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정독한 뒤 지난 6일 이를 여야 의원 등 '정책고객'들에게 e-메일로 보냈고, 11일에는 프랑스의 좌우 동거정부와 독일의 대연정 타결, 영국의 의원내각제에 대해서는 각각 "유럽 선진정치의 수준을 보여준 것", "성숙한 정치구조와 문화"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싱거운 소리 한번 하고 쉬운 수수께끼 내겠다"며 고민의 단서로 삼은 정치지도자는 캐나다의 브라이언 멀루니 총리였다.

80년대 후반 자유당의 장기집권을 종식시키고 정권을 잡은 보수당의 멀루니 총리가 1991년 연방부가세 도입을 강행, 국민적 반발에 부닥쳐 2년뒤 선거에서 정권을 다시 빼앗기는 역사적 경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가 노 대통령이 던진 화두였다.

1988년 선거에서 169석을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로 집권한 멀루니 정권은 그 여세를 몰아 모든 업종으로 7∼10%의 부가가치세를 확대하는 법을 처리했다.

그러나 개혁의 대가는 가혹했다. 세제개편의 역풍은 너무 거세 1993년 선거에서 169석의 과반수 정당이던 보수당은 불과 2석만 남기고 전멸했다.

노 대통령은 "퀘벡주 자치 관련 개헌 국민투표에서 져서 퀘벡 분리파 주민들이 떨어져 나가고, 보수당 당수의 실언 등 부정적 요인도 있었지만 연방부가세 도입으로 민심을 잃은게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유당은 세제개혁 역풍에 편승,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정작 권력을 잡자 연방부가세 폐지라는 선거공약을 이행하라는 요구에 "연구죈다" "대체수단 강구중"이라며 미적거리다 결국 유야무야시켰다는 게 노 대통령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까지 지속적인 재정적자 누적으로 파산지경에 처해있던 보수당 정권이 도입한 연방부가세에 힘입어 캐나다는 1997년 흑자재정으로 돌아섰고, 덩달아 인기가 폭발한 폴 마틴 재무장관은 지난해 장 크레티앙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제개혁으로 몰락한 보수당은 당분열과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70여석으로 야당을 하고 있다.

이런 역사의 아이러니 같은 사실을 두고 노 대통령은 "마틴과 멀루니 두 지도자중에서 누가 소신있는 정치인이며 누가 지도자냐, 수수께끼는 이것"이라며 "그때 멀루니가 결단하지 않았으면 캐나다의 재정과 경제는 거의 파탄 상태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자문자답은 "미래를 멀리 내다보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라는 국가통치권자로서의 고민을 전달하는 동시에 "내 임기동안 욕을 먹더라고 미래를 위해 옳은 일이라면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관철하겠다"는 평소 신념을 새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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