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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0 17:39 수정 : 2005.10.30 18:02

노대통령, 출입기자 산행·오찬간담 안팎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및 오찬 간담회에서 '대통령 자리'가 갖는 일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1시간 30분에 걸친 북악산 산행 이후 이어진 `삼계탕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1시간 가량 마이크를 잡았다. 최근의 열린우리당 지도부 총사퇴, 대연정 좌절 이후 후속 구상 등의 정치현안은 핵심 주제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하는 일중에 자기 임기 안에 결과를 볼 수 있는 일은 참 적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문을 연 노 대통령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를 하나하나 들어가며 현재의 관심사를 짚었다.

노 대통령은 우선 "김영삼 대통령이 결심하고 시작해 놓은 것을 내가 축사하고 사진찍었다" 지난 28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기념식에 참석한 뒤 느낀 점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차차기 대통령부터나 사용할 수 있는 대통령 전용기 구입 문제를 거론한데 이어 행정복합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 기업도시, S프로젝트 등을 열거하며 "현실로서 국민들의 생활에 와서 정착되는 데는 20년, 30년 걸려야 되는 사업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상 이렇게 미래를 멀리 내다보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라며 "대통령이 특별히 통이 커서, 안목이 커서가 아니라 일의 성격이 결과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길다. 투입부터 산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이 길다"고 밝혔다.

본인 표현대로 `장황하게' 대통령의 자리가 갖는 성격에 대해 규정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현재 주력해야 하고 몰두할 수 밖에 없는 과제들을 짚었다. 이는 한국이 처한 현상 파악에서 출발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경제는 앞으로는 파란불인 것같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로 "민생은 빨간불"이라고 진단한데 이어 "경제와 민생을 따로 떼지 않고 국가 전체의 미래를 내다보면 빨간불, 파란불이 교차하고 있다"는 총평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특히 "양극화 문제가 진전됐을 때 이해관계가 대립.충돌하는 정책과제들을 해결 못하고 뒤로 미룰 때 경쟁력 뿐아니라 국민통합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며 "지금부터 대비해야 하는데 그 문제를 잘 풀어갈지 걱정된다"며 고민을 내비치며 갈등적 영역의 개혁, 성숙한 민주주의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왜 경제.민생에 올인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대통령 자리에 대한 이해없이, 또한 미래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아랑곳없이 쏟아지는 비판에 대한 항변이었다.

노 대통령은 "민생경제라는 것이 대통령이 어디 나가 국민 몇샌과 악수 몇번 더하고 몇번 회의한다고 금방 죽고 사는게 아니다"며 "환자가 입원중인데 의사보고 옆에 계속 붙어있으리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의사가 입원실 와서 환자 옆에 딱 붙어서 죽으나 사나 주사만 놓으라는 것 아니냐"며 "증류수 주사, 비타민 주사 외에 할게 있느냐"고 반문하고, "민생경제를 그런 식으로 호도해서는 안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다 덮어놓고 매일매일 경제 숫자나 챙기라'는 것 아니냐. 잘되면 챙길게요"라고 블함을 감추지 않으면서 "이건 양심의 문제다. 안하겠다는게 아니고 할만큼 하겠다는 것이지 그걸 정략적 공격 도구로 삼고 입만 열면 공격하면 정치가 왜곡된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국정운영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전망을 담은 1시간 가량의 연설이 끝날 무렵 "이것은 정말 별 뜻없이 얘기하는 것", "싱거운 얘기"라는 단서를 달고 두가지 `무거운 주제'를 끄집어냈다.

노 대통령이 처음 거론한 것은 최근 최종심이 마무리된 `안풍' 사건이었다. "김영삼 대통령 대선자금 얘기가 나왔죠. 법적 문제로 보므로 아무런 견해가 없는데 생각이 나는게 있어서요"라며 입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신한국당에 유입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이 1천억원대임을 상기한듯 "그 양반 통이 큰 사람은 큰 사람"이라며 "그걸 당에다 선뜻 내놓은 것이 그때만 해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수천억원대의 개인 비자금을 조성했음을 의식, "그 이전에는 선거 잔금 다 감춰놓고 더 걷어서 감춰놓고 해서 사고가 났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선뜻 당에 쓰라고 내놓은 것만 해도 훨씬 다르다"며 "그 시점에서 보면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 시점에서는 멋있는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는 일인데, 지금 시점에서 보니까 깜짝 놀라겠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하시는 것은 좀 봤고, 내가 하면서도 보는데 1천억원 하니까 심장이 멎을 것 같다"며 불과 10년전의 음성적 정치자금 관행에 대해 새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시효제도를 언급했다. 같은 불법도청 사안을 놓고도 법에 의해 문민정부 시절과 국민의 정부 시절의 행위가 다르게 취급되고 있는데 대한 소회였다.

노 대통령은 "법률공부해서 시효를 두는 이유를 외웠는데 이렇게 부당한 일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딱 하루, 딱 한시점 차이로 해서 시효만 넘어가면 죽을 죄를 져도 탈이 없고 그 이으다 훨씬 더 진보된 개선을 한 사람도 시효가 남아있으면 끌려가서 온갖 수모를 겪어야 하는 현상을 보면서 `부당하구나', `도청이고 뭐고 시효 지난 사람들은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시효 안에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새 의문은 시효라는 것은 옛날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냐는, 옛날에 인간사에 대해 범죄를 많이 저지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제도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단상이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오찬중 `대통령의 사생활'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주량에 대해 "맥주도 1잔, 와인도 1잔, 소주도 1잔"이라며 "그러면 실수 안한다. 그걸 넘어서 먹기도 하는데 마시면 말이 많아진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아들 건호씨의 딸인 손녀가 화제에 오르자 연방 밝은 표정을 지으며 "길게는 아니어도 자주 논다"며 "(아들보다는) 손자가 훨씬 이쁘다. 여자아이는 확실히 재롱이 탁월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보면서 세상의 이치와 과제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며 "손자와 같이 있다는 환경이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기폭제가 된다. 같이 놀면서 생각하면 미래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손자를 예외로 만드는 순간 모든 것이 깨진다"며 "문제해결 방식을 예외화시키면 문제해결이 안되고 어렵게 된다"면서 현재 노동계의 잘못된 관행을 꼬집었다. "가장 선도적으로 한다고 하는 회사에 가보면 정규직, 비정규직이 식사도 다른 데서 하고 샤워도 다른 데서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주말을 이용해 진해 군 휴양소, 충남 계룡대를 찾은 것과 관련, "특수 지역이라 민폐를 끼치지 않아도 된다. (경호인력) 동원을 가장 적게 할 수 있으면서도 등산과 골프를 할 수 있다"며 "주말에는 이런 행사 아니면 지방에 가서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 자리의 깍두기와 김치를 맛보며 우리나라의 과일과 야채가 "최고"라는 평을 내놓은 뒤 "제일 맛없는 만찬이 국빈 만찬"이라며 "조금씩 조금씩 먹고, 안먹고 있으면 얘기하면서 어물쩍 넘어간다"고 소개하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최근 조류독감으로 양계농가가 어려운 만큼 한손에는 술잔을 다른 한손에는 닭을 들고 건배하자"는 기자단 대표의 건배사를 받아들여 인삼주와 닭 다리를 양손에 들고 건배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북악산 정상에서 기자들과 둘러앉아 "(출입기자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며 "자주 만나고 길게 얘기하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바람결에 한마디만 들려와도 `이런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나쁜 점으로는 "관계가 좋았다 나빴다 할 수 있고 모든 말은 꼬아버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접촉이 잦으면 잦은 만큼 소위 사고도 많이 난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숙정문을 찾은 노 대통령은 내년 4월 일반인에게 숙정문을 개방키로 한 것과 관련, 김세옥 경호실장에게 "군 부대와 협의해서 저 위(산 정상)까지 뚫어버리자. 성벽을 따라 트래킹할 수 있도록 하자"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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