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8 23:13
수정 : 2018.06.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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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영상 중계를 통해 대통령 비서실 전체 직원에게 공개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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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보좌관 회의서 선거 평가
“노무현 전 대통령때부터 꿈꿨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 이뤄”
선거 압승 뒤 오만·권력투쟁 등
‘전 정부 실패’ 요인 사전 경고도
“유능함·도덕성·겸손함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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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영상 중계를 통해 대통령 비서실 전체 직원에게 공개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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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6·13 지방선거 승리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부와 청와대, 지방권력과 자신의 친인척 등을 향해 강력한 단속을 지시한 것은 선거 압승 뒤 느슨해질 수 있는 여권 내부 분위기를 미리 다잡자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뒤 닷새 만인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영남권 승리를 포함해 압승한 결과에 대해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며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고, (1990년 민주자유당으로의) 3당 합당 이후 약 30년 세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눈물 흘리면서 노력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선거 승리에 자만하지 말 것을 특별히 당부하며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그는 “선거 결과에 자부심을 갖고 기뻐해도 되는 것은 오늘 이 시간까지”라며, 조국 민정수석에게 “악역을 맡아달라”면서 정부·청와대·지방정부 등에 대한 감시와 감찰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가질 것을 청와대 참모들과 직원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유능함 △도덕성 △국민을 받드는 겸손한 태도 등 3가지를 강조했다. 청와대는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날 회의 전체를 전 직원에게 생중계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주문은 선거 승리 이후 정부와 여당의 오만과 불통, 내부 권력 투쟁으로 국민적 지지를 잃었던 이전 정부들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사전 경고의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잇단 선거 승리 뒤 독선과 계파 갈등이 깊어지며 ‘자멸’의 길로 치달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 부정부패 청산에 있다”며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국민의 바람과 중요한 과제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경계했다.
이날 조국 민정수석은 회의에서 △집권 세력의 분열과 부정부패 △미흡한 민생 성과 △관료주의적 국정 운영 등 과거 정부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야 한다며, △겸허한 정부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혁신하는 정부를 3대 과제로 꼽았다.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등 민생 경제 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정부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을 벌일 여당을 향한 메시지와 경고를 두루 담은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방권력 석권이 외려 정부와 여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계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곳, 22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51곳을 석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남 등 민주당 세가 약했던 지역에서 능력이나 자질이 제대로 검증 안 된 후보들도 많이 당선됐다”며 “그런 곳에서 실망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면 나중에 더 무서운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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