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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3 23:06 수정 : 2005.12.23 23:06

노무현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들이 논란을 빚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23일 저녁 한 자리에 모였다.

노 대통령이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7대 종단 대표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만찬 간담회는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30분 가량을 넘긴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 자리에 배석한 황인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첨예한 논쟁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사학법 개정과 관련한 의견 개진을 참석자들에게 권했다. 하지만 종교 지도자들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호남지역의 폭설 피해, 홍콩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의 한국 농민 시위 등 다양한 현안을 먼저 화제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한 참석자는 "요새 여러가지로 어려울텐데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며 황우석 교수 파문에 대해 언급했으나, 노 대통령과 다른 참석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았다고 황 수석이 전했다.

간담회 `주제'인 사학법 개정 문제는 만찬이 시작된지 1시간이 지날 무렵 테이블 위에 올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이제부터 마음에 두고 온 일들이 있으니 그 부분을 대통령에게 말하자"고 한 것.

이때부터 종교 지도자 8명이 한마디씩 의견을 개진했다. 이중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최성규 목사와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인 김희중 주교가 개정 사학법에 대한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다음은 황 수석이 전한 노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들의 사학법 개정 관련 대화록이다.


▲최성규 목사 = 사학비리 척결은 동의하는데 현행법을 엄격하게 하면 사학비리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이렇게 물의가 생기고 있으니 뭔가 이 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교육부는 시행령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인데 시행령으로는 한계가 있다. 거부권 행사를 건의드린다.

▲이혜정 원불교 교정원장 = 통과된 법을 보완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느냐. 그래야 서로간에 상처를 받지 않고 개정된 사학법 내용을 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방형 이사도 가능한 한 동일 종단 이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백도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 이 문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처리돼야 한다. 교육부총리도 각 교단의 우려사항을 다양하게 고려,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능하면 종교계가 먼저 자정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광도 천도교 교령 = 신입생 배정거부, 학교폐쇄 등 사학 문제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으로 학교가 혼란에 빠지거나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굉장한 국가적 손실이다. 그런 사태는 절대 있어서 안된다.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 어려운 문제일수록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과 반대측의 우려를 들어 국정운영을 해야 국민화합이 잘 이뤄지지 않겠느냐. 국민이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으니 반대 의견도 충분히 존중하며 국정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 국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덕 성균관장 = 사학이 우리 역사, 특히 교육에 끼친 영향은 상당히 크다. 고려시대 경당, 조선시대 서원 등이 있었는데 (사학은) 나름대로 자기 이념을 갖고 교육에 임하고 있어 폐쇄적인 성향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역사적 성격을 감안해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거부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 이런저런 반대 요구를 수용, 법 시행할 때 유념하면 좋겠다.

▲김희중 주교 = 대통령이 기분좋게 공포하지 못하는 환경이다. 사학의 개방형 이사제 도입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민영화 추세와 비교하면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천주교 내에서 숙의해 건의하는 내용과 그 근거를 자료로 준비해 왔다. 정중하게 거부권을 행사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을 건의한다. 대통령이 힘들더라도 공포를 미루고 국회와 한번더 협의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관 스님 = 법안 통과 과정이 합법적이고 다수결에 의한 것이라고 할 때 이 시점에서의 거부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로 찬반이 분리된 상황,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현실, 시행령으로 우려하고 있는 점들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많은 보완이 있었으면 한다.

▲노 대통령 = 이 법이 상당히 오랫동안 국회에서 토론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잘 알고 이 과정에서 많이 깎고 다듬는 과정 또한 있었다. 사학이 내걸고 있는 건학이념과 자율성이 유지되는 속에서 투명성.개방성이 인정돼야 한다.

그리고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전교조에 의한 학교장악은 여러가지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본다. 학교 현장에는 전교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총, 한교조 등 여러 교사단체가 분립돼 상호 견제하고 있고, 현직 교사가 이사가 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앞세워서 (반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필요불가결한 권력행사나 개입만 하고 있다. 대통령이 개입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아무래도 하위법에서 사학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 건학이념을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각 종단의 동질성이 유지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 질 수 있도록 하겠다. 관련 부처에 그렇게 조치토록 하겠다.

학생모집을 거부하는 그런 불행한 사태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정부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소한의 직무수행이라는 관점에서도 학생모집 거부, 학교폐쇄로 인한 학교현장의 혼란이나 학습권의 침해 등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같은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종교계 지도자들께서 협조해 달라.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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