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경로로 정부 반대입장 전달"
청와대는 26일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검토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내에서 반발 조짐이 보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원칙'대로 가야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법안이 그대로 공포될 경우 정부조직 운영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공무원의 조직과 정원, 예산에 관한 사항을 관련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타당성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부의 고유 영역에 속하는 문제에 국회가 의원입법으로 개입하는 데 대해 적절한 견제장치가 발동하지 않으면 정부가 공무원의 인사운영을 중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부권 검토에 대해 "여야를 떠나 이 사안을 의원입법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밝히고 "이런 사안까지 의원입법으로 처리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법안은 향후 5년간 3천억원의 예산소요가 발생하고, 경찰 간부조직의 질 저하에다 교정직, 소방직 등 유사 직렬과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때문에 발의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앞으로 유사 개정요구가 확산돼 전공무원 조직으로 파급돼 입법화될 경우 1조8천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예산소요는 물론이고 대국민 서비스를 맡는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운용 시스템에도 전반적인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관 정부 부처들은 이런 우려를 다각적 루트를 통해 여당에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내심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다.지난 10월13일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 등 여야 의원 31명이 의원입법안을 발의한 후 관련 부처와의 당정협의회는 없었지만, 공식ㆍ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정부 의견은 전달됐다는 것. 기획예산처, 행자부, 중앙인사위는 지난 10월27일 국회에서 열린 법 개정 공청회를 비롯, 행자위 법안심사소위, 법사위 등을 통해 입장을 충분히 개진했다는 것이 총리실 전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여러 경로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으로 공감대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곧이 듣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따라서 여당이 당정협의 부실 책임을 정부와 청와대쪽에 넘기는 데 대해서도 유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당쪽에서 안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또한 이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향후 선거일정을 의식한 관계 여야 의원들과 경찰 수뇌부가 경찰 하위직 단체 등으로부터 로비를 받거나 그들의 눈치를 봤다는 일부 보도 내용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열린우리당 수사권조정기획단은 이달 경찰의 수사권 행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청와대 중재안과 달리 사실상 경찰의 입장을 반영한 조정안을 발표해 사전당정 조율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경찰공무원법 문제를 다른 사안과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또 이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듯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 일일상황점검회의 직후 "국회의 개정 입법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결론을 내린 상황은 아니다"(김만수 대변인)라고 톤을 낮추며 거부권 행사외 다른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재현 한승호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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