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카드' 철회 여부 관건
"당이 좀 안정을 찾아가는가 싶었는데 또 청와대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당을 도와준다고 한 일인데 이렇게까지 반발이 클 줄은 뫄다"(청와대 관계자) 새해 벽두부터 여권이 개각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26 재선거 패배 이후 열린우리당은 문희상 의장이 사퇴하고 정세균 원내대표가 의장을 겸하는 비상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일부 논란이 있긴 했지만 쌀 비준 동의안, 사학법 개정안 처리 등 해묵은 샷들과 당헌.당규 개정 문제도 비교적 순탄하게 처리했다. `말보다 성과로 보여주자'는 정 의장의 호소가 먹혀들어가는듯 했고, 10%대에 머물던 당 지지율도 20%대로 회복됐다. 오는 2.18 전당대회에서 정동영-김근태 맞대결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전당대회 효과를 잘 살린다면 사실상 포기하다 시피했던 지방선거도 어느정도 희망이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개각 후폭풍은 자칫 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버릴 쓰나미로 돌변할 기세다. 당.청간 갈등은 재선거 직후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세균 의장의 산자부 장관 임명은 격에 맞지 않는데다 전대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어차피 2차 개각이 예고돼 있는데 뭐가 급해 성급하게 발표했느냐는 것이 당내 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유시민 의원을 복지부 장관으로 밀어붙이는데 대한 반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한 재선 의원은 "오죽하면 동료 의원이 입각하는데 축하는 커녕 이렇게 공개적으로 반발하겠느냐"고 말했다. `정초부터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것이 당의 생각이다. 청와대는 "뭐가 그리 잘못 됐느냐"는 항변이다. 의장이나 원내대표 출신이 일반 장관으로 간 것은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이나 천정배 법무장관의 경우에서 보듯 별 무리가 없는 인사이고 정 의장 본인도 싫지 않은 기색 아니냐는 것이다. 오히려 당의 의견을 존중한 개각이라는 것이다. 시기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처음 실시되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 정 의장을 다소 일찍 임명한 것일 뿐 `유시민 물타기'는 가당치 않다고 항변한다. 더욱이 장관 인사권을 놓고 당내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항명이 아니냐는 기류도 있다.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가 당.청 갈등의 확산으로 치달을지, 적절한 수준에서 봉합될지는 오는 5일 청와대 초청 여당지도부 만찬이 고비가 될 듯 하다. 당내에서도 전대를 앞두고 이 처럼 여권이 혼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은 바람 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상당수 있다. 불만이 있더라도 자제하면서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3일 열린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유시민 의원 얘기가 잦아든 대신 `질서있는 전환'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유시민 카드'를 계속 고집할지, 버릴지가 향후 당청관계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반발을 수용해 유 의원 카드를 포기할 경우 당청 갈등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임시체제 개편과 전대 분위기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측이 2일 유 의원 임명 강행 기류에서 3일 `유보'쪽으로 한발짝 물러선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유 의원 카드를 쉽게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복지 정책에 해박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당내 일부 계파의 리더라는 점에서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청와대쪽의 당초 입장이 워낙 강하고, 노 대통령의 유 의원에 대한 신뢰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청 갈등은 예상외로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당권주자들이 당의 분위기를 업고 청와대와 `선 긋기'를 시도할 경우 노 대통령과 당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당내 일각에서 이번 개각 파동이 여권내 분화를 촉발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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