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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일 오후 열린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악수를 하며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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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당-청 ‘개각갈등’
청와대의 전격적인 개각 발표 이틀째인 3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불만의 내용도 구체적 인선의 잘잘못을 넘어, 당-청 관계나 당의 진로 등 여권의 시스템과 미래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맞닿는 양상이다. 전대 앞둔 여당 ‘의장 징발’ 분통“의도적 당 흔들기” 의혹 눈길마저
수락 밝힌 정의장에도 비난 화살 열린우리당에선 일차적으로, 청와대가 전당대회에 전력을 쏟아야 할 시점에 정세균 의장을 장관직에 발탁함으로써 당을 무시하고 흔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장선 제4정조위원장은 지난 2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각 인선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당의 우려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당 의장을 바꾸게 되면 당이 혼란을 겪게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의원들은 지난해 정기국회와 12월 임시국회에서 ‘정세균 체제’로 근근이 지지율을 올려가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갑작스런 일격으로 지방선거에 대비해 짜놓은 일정표가 망가뜨려졌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당 일부에선 노 대통령이 나름의 계산 아래 당을 의도적으로 흔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마저 보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3일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에게는 장관을 넘어 차기 대권주자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이런 당(열린우리당)으로는 (다음 대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의원들의 의견은 ‘유시민 입각 절대불가’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정 의장의 입각은 ‘엎어진 물’이라고 해도, 당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사안까지 청와대가 강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장선 의원 등 일부 재선급 의원들은 이날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를 만나 “유 의원 입각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의원들은 5일로 예정된 당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 이전까지 별도 모임을 열어 공식 의견을 정하기로 했다. 일부에선 재선뿐 아니라 초선과 다선 의원들도 이때까지 별도로 만나 집단의사를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영춘 의원은 “유 의원 입각까지 강행한다면 속정까지 다 떨어져 당내 여론은 완전히 싸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 입각을 고집부리면 청와대는 물론 당 지도부까지 의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도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고위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앞으로 차기 대선주자들이 사사건건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 들텐데, 이번 일을 잘못 처리하면 노 대통령이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으로 곧장 빠져들어가고, 열린우리당도 같이 추락하는 악순환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이날 의장직 사퇴 뜻을 밝힌 정세균 의장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정 의장이 청와대의 전화를 받았을 때 ‘지금은 곤란하다’는 뜻만 전했어도 이런 사단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장으로서의 역량을 높이 사고 있었는데, 큰 실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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