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3 19:44
수정 : 2006.01.0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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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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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자금의 핵심 관련자를 그렇게 서둘러 입각시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민변의 한 변호사는 3일, 이상수 전 의원의 노동부 장관 임명에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의 개인적 능력이나 경험 등에 비춰봤을 때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그래도 시기적으로 좀 더 근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선자금 수사팀 관계자들은 물론 법조계 인사들 대부분은 이 내정자에 대해 이렇게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이 내정자가 이미 처벌을 받고 지난해 8월 사면·복권까지 된 만큼 법적으로는 장관 임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법 행위의 중심에 서 있던 인사들이 처벌받은 지 불과 1~2년 새 다시 화려하게 공직으로 속속 복귀하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 내정자가 대선 때 단지 자금관리의 악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희생된 측면이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도 수긍할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내정자가 수백억원대를 관리하면서도 단 한푼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02년 대선자금 수사는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큰 공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한다면, 이 내정자 스스로 자신의 억울함보다는 시대정신을 우선시했어야 옳다. 노 대통령도 대선자금 수사가 정말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이들이 “어쨌든 정권만 잡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 같아 우울하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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